종업원 6명의 초미니 기업이 UN(국제연합)본부에 유엔 평화유지군 숙소용으로 전량 제공되는 7백만달러 규모의 텐트 납품계약을 성사시켰다.


화제의 기업은 캬라반(대표 권혁종.50).이회사는 권 대표를 포함해 직원이 6명인 소기업인 데다 지난해 4월에 설립된 새내기여서 이번 납품 성사가 더더욱 빛을 내고 있다.


7일 이 회사는 지난 4월 UN본부 조달국(UNPD)이 전세계로 파병되는 평화유지군의 숙소용 텐트를 미군 수준이상으로 교체하기 위해 실시한 공개경쟁입찰에서 미국,캐나다,이탈리아,스웨덴 등 13개국 14개 참가업체를 물리치고 납품업체로 선정됐다고 밝혔다.


1차로 2백33만달러 상당의 계약을 체결한 이 회사는 이미 1백50만달러 어치의 텐트를 아프리카 이탈리아 등의 평화유지군 주둔지에 내보냈으며,공급 제품의 품질을 인정받아 4백70만달러 상당의 추가 납품계약을 체결했다.


회사 측은 "이번 입찰은 7만명에 달하는 UN평화유지군이 사용할 숙소 1만개를 교체하는 대규모 프로젝트여서 향후 수주액이 더욱 확대될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이번 입찰은 REP(공급자가 제품설계 및 생산을 담당) 방식으로 캬라반이 자체설계한 디자인이 까다로운 심사과정을 거쳐 대량 오더로 연결됐다는 점에서 의의가 큰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국내의 한 원단업체에서 잔뼈가 굵은 권 대표는 "숙소용 텐트는 3백개 부품으로 이뤄진다"며 "원단과 프레임 전기장치 등 국내 연관산업의 경쟁력이 세계 최고수준인 점을 부각시킨 결과"라고 말한다.


이번에 UN에 납품한 텐트는 가로 5m 세로 12.5m에 1.5t의 무게를 가진 약 20평 아파트 규모다.


'움직이는 집'인 셈이다.


20평 아파트를 '브리핑'만 잘한다고 사줄리는 만무하다.


UNPD 담당관들은 서울 본사는 물론 중국 칭다오의 외주공장을 방문,입찰서류와 실제 제품이 같은지를 꼼꼼히 따졌다.


그런데 이들은 회사 업력과 매출 등 외형만을 꼬치꼬치 따져 묻지 않고,설계 및 생산능력과 납기 등 실질적인 문제를 조사했다는 것.


캬라반은 밖에선 '작지만 강한'기업으로 알려져 있으나 국내 은행권에선 찬밥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캬라반은 창업한지 1년반동안 은행에서 단 한푼도 빌리지 못하고 있다.


UN 납품계약을 따낸 뒤에도 사정은 마찬가지였다.


UN에서 발급한 구매서류(P/O)를 갖고 국내 금융회사와 정부 지원기관의 문을 두드렸으나 이들은 하나같이 담보나 신용장을 요구했다.


캬라반은 UN납품을 계기로 세계 소프트 월 빌딩(soft wall building) 업계에 본격 진출키로 했다.


소프트 월 빌딩은 건설업체 임시막사,전시회장,격납고,파티장 등 수요가 날로 확산되고 있다.


우선 내년 1월 미국 올랜도에서 열리는 국제텐트쇼(IFAI)에 참가,명함 알리기에 본격 나서기로 했다.


캬라반과 권 대표의 다음 행보가 벌써부터 주목된다.


(02)3275-5600남궁 덕 기자 nkdu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