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 자금난 해소를 위한 자금공급 확대방안을 놓고 재정경제부 금융감독당국 은행 등이 "동상이몽(同床異夢)"을 꾸고 있다. 경제정책 총괄부처인 재경부는 상대적으로 돈이 풍부한 은행이 중소기업에 대한 대출을 확대해주길 주문하고 있지만 은행은 연체율 관리 때문에 곤란해하고 있다. 은행권은 오히려 정부가 재정으로 중소기업 자금난 해소를 도모해야지 영리기업인 은행만 압박한다는 불만을 제기하고 있다. 이 와중에서 금융감독당국은 뚜렷한 해결방안이 없다며 "구두효과(Announcement Effect)"만 기대하고 있는 상황이다. ◆재경부,기댈 건 '으름장'뿐? 재경부 실무 간부는 최근 사석에서 "1997년말 외환위기 이후 은행권에 막대한 공적자금을 투입하고 각종 혜택을 줬는데도 은행이 중소기업 자금공급은 외면하고 있다"며 불만을 직설적으로 토로했다. 그는 "중소기업 대출이 부진하거나 중소기업 대출 중 단기대출 비중이 높은 은행 하나를 손봐주든지 극약처방을 마련해야겠다"며 "이헌재 부총리가 안 계신 사이 사고 한번 칠지 모르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7일 이 부총리 겸 재경부 장관이 워싱턴 IMF(국제통화기금)·세계은행 총회 참석을 마치고 귀국할 때까지 별다른 조치가 나오지 않았으니 결국은 '엄포'로 끝난 셈이다. 하지만 재경부는 간부급에서 이같은 '과격 발언'이 나올 정도로 다급해져 있다. 올 들어 중소기업에 대한 자금공급 순증 규모는 1분기 7조원,2분기 4조원,3분기 1조2천억원으로 계속 줄고만 있다. 지난 8월엔 6천억원이 줄어들기까지 했다. 경기침체 지속으로 중소기업,특히 내수 중소기업의 영업이 최악으로 치닫고 있는 과정에서 자금이 더이상 수혈되지 않는다면 국가경제 전체에 치명타를 가할지도 모른다는 위기감이 팽배해 있다. 재경부는 이 때문에 현실적으로 자금공급이 가능한 은행권 압박 방안을 '쥐어 짜내는' 모습이다. ◆은행 '왜 우리만' 반발 은행권에서는 '총대'를 메는 사람만 없지 "정부가 너무한다"는 분위기가 지배적이다. "돈을 빌려줬다가 떼이면 누가 책임지느냐"는 것이다. 실제 중소기업 대출 연체율은 지난 6월말 현재 2.36%에서 최근 3%대 근처까지 치솟은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일부 은행은 이 비율이 3%를 넘어섰다. 은행권은 "자칫 재무건전성이 나빠질 경우 경영진이 주주들로부터 질타를 받는 것은 명약관화하다"며 "정부도 미국 등 선진국처럼 중소기업 문제는 재정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감독당국 '우리라고 묘수 있나'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중소기업 자금난은 시급히 해소해야 할 과제이긴 하지만 뾰족한 해법이 보이지 않는게 현실"이라고 털어놨다. 은행들을 무리하게 압박할 경우 '관치(官治)'로 지적받을 것이며,그대로 방치했다간 중소기업 자금 문제가 더욱 꼬일 가능성이 큰 상황이다. 특히 감독당국의 첫번째 원칙이 거시경제보다는 금융회사 건전성 감독인 만큼 재경부가 하자는대로 무작정 따라가기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감독당국은 따라서 '구두 효과'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금감위 관계자는 △윤증현 금감위원장이 "은행이 기업을 등쳐먹고 있는 꼴"이라고 한 발언 △은행의 중기대출 현황을 점검하겠다는 발표 △여신규정 개정 이행사항을 검사하겠다는 방침 등은 '발표효과'를 노린 측면도 있다고 설명했다. 박준동 기자 jdpow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