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성장동력인 '통신·방송 융합 서비스'가 출발부터 삐걱거리고 있다. 첨단기술을 개발해 놓고도 낡은 법과 제도에 발목이 잡혀 서비스 일정에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위성DMB(이동멀티미디어방송)가 대표적 사례다. 지난 6일 방송위원회가 위성DMB의 지상파TV 재송신을 당분간 허용하지 않기로 결정함에 따라 사업 자체가 불투명해졌다. 현재 통신과 방송 기술은 급속도로 융합되고 각국은 첨단 서비스 경쟁을 벌이고 있다. 미국 일본 등은 기술 변화에 맞춰 수년전에 법과 제도를 정비했다. 그러나 우리는 법제 정비가 늦어져 첨단 서비스가 제때 활성화되지 못하고 있다. 통신업계는 정보기술(IT)에서 앞서도 법과 제도가 뒷받침되지 못하면 'IT 후진국'으로 전락하게 된다고 우려한다. 또 이번 위성DMB의 지상파 재송신 불허를 계기로 통신·방송 관련 법제를 서둘러 정비해야 한다고 촉구하고 있다. ◆쏟아지는 통신·방송 융합 서비스=통신·방송 융합 서비스는 대세다. 미국 유럽 등에서도 통신사업자들은 인터넷망을 이용한 방송 서비스를 추진하고 있고 방송사업자는 초고속인터넷 인터넷전화 등 통신 서비스에 적극 나서고 있다. 통신사업자와 방송사업자 간 인수·합병(M&A)과 전략적 제휴도 활발하다. 이런 현상은 국내도 마찬가지다. 초고속망을 통한 인터넷방송과 주문형비디오(VOD) 서비스,SK텔레콤의 준(June),KTF의 핌(Fimm)으로 대표되는 휴대폰 방송 등이 대표적인 통신·방송 융합 서비스다. 종합유선방송사업자(SO)는 이미 방송망을 이용,초고속인터넷 사업을 하고 있다. 여기에 통신업체들은 초고속인터넷을 통해 방송 콘텐츠를 제공하는 IP-TV 서비스를 본격화하고 방송사들은 인터넷전화 사업을 준비하고 있다. ◆정부의 이중규제=현재 정부는 방송법과 전기통신사업법에 근거해 방송과 통신을 규제하고 있다. 그러나 관련 법에 따른 규제의 수위가 다르기 때문에 같은 성격의 서비스를 놓고 다른 잣대를 들이대는 일이 발생하고 있다. 예를 들어 데이터방송 사업을 하려면 방송법에 따라 데이터방송사업자로 등록해야 하고,전기통신사업법에 따라 부가통신사업자로도 신고해야 한다. 또 방송업체인 종합유선방송사업자가 아무런 규제 없이 초고속인터넷 사업을 하고 있지만 통신업체는 직접 방송사업을 할 수 없다. 방송국을 세우려면 방송위의 추천을 받아야 하고 정보통신부 장관의 허가를 취득해야 한다. 방송 프로그램은 방송위의 심의를 받아야 하고 인터넷을 통해 제공되는 동영상 프로그램은 정보통신윤리위로부터 사후 심의를 받아야 한다. 이 때문에 통신업체가 상용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는 IP-TV에 대해 방송위는 '방송'으로 규정하고 제재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문제점=2001년 출범한 위성방송 스카이라이프는 최근에야 지상파TV 재송신 허가를 받아 반쪽짜리 서비스를 면했고 TU미디어는 위성DMB 사업을 위해 지난 2월 위성을 쏘아올리고도 아직도 서비스 일정을 확정짓지 못하고 있다. 이처럼 통신업체의 방송업 진출이 부진한 것은 공익성을 앞세운 '방송'과 경쟁 및 효율을 중시하는 '통신' 간의 차이도 원인이지만 정부부처간 정책 조정이나 협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는 점이 더 큰 문제로 꼽힌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통방융합 서비스를 누가 관장하느냐보다는 어느 서비스를 활성화해 국민경제에 기여할 것인지를 논의해야 한다"며 "통신·방송 융합 서비스는 아직 초기 단계이기 때문에 규제보다 활성화 방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동욱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도 "통신·방송 융합 서비스에 나서는 사업자들이 서로 다른 이중규제로 인해 의욕이 꺾이는 것은 큰 문제"라며 "규제를 일원화하는 통신·방송 융합 법안 제정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김태완 기자 tw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