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유가(WTI 기준)가 배럴당 52달러선까지 넘어섰다. 올들어서만 벌써 60%나 뛰었으니 천정부지라는 말이 전혀 어색하지 않을 정도다. 원유를 1백%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우리 형편에 유가앙등이 미칠 파급영향을 생각하면 이만저만 걱정이 아니다. 가뜩이나 우려되고 있는 물가불안을 가속화시킬 것은 불을 보듯 뻔한 일이고, 그로 인해 국민생활이 힘들어지게 될 것은 새삼 강조할 필요조차 없을 것이다. 그 뿐만이 아니다. 기업들은 기업들 대로 원가 상승에다 채산성 악화로 경영악화에 직면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경제성장을 힘겹게 버텨주고 있는 수출마저 타격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 물론 이러한 고유가가 일시적인 현상에 그친다면 그나마 다행일 것이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현재로선 오히려 고유가 추세가 상당기간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석유증산 규모가 세계적 경기회복에 따라 급증하고 있는 수요를 따르지 못하는 점을 감안하면 상승세가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유가가 배럴당 1달러 오를 때마다 연간 경상수지가 10억달러 가량 악화되고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은 0.15%포인트씩 하락하는 우리로서는 참 답답한 현실이다. 이런 추세라면 올해 성장률이 4%대로 떨어지는 것은 물론 내년의 5% 성장률 목표마저 물건너 갈 가능성이 농후하다. 결국 우리경제의 최대 당면과제인 내수경기 회복은 당분간 기대하기조차 힘들게 됐다. 경기침체는 계속되고,원가상승으로 물가가 치솟게 되면 우리가 가장 우려하던 스태그플레이션 상태에 빠지게 된다. 그렇게 되면 대비책의 강구도 힘들어 진다. 때문에 정부는 이제야말로 고유가 시대에 대처하는 비상대책을 마련해야만 할 것이다. 정부는 그동안 비상대책을 세워놓고 있다고 장담해 왔다. 그런데도 아직 무엇을 어떻게 하겠다는 소식도 없다. 유가가 얼마나 더 올라야 비상대책을 발동할 것인가. 더 늦기전에 당장 전반적 경제운용방향을 재점검하는 것은 물론 물가안정대책 기업경영안정대책 등을 서둘러 강구해야 한다. 더구나 지금은 시기적으로 보아 기업이나 정부가 다같이 내년을 준비해야 하는 시점이어서 더욱 철저한 대비책을 마련하지 않으면 안된다. 당장에 소비절약 노력을 더욱 강화하는 것은 수단 방법을 가릴 것 없이 화급을 다투는 일이고,대체에너지 개발과 에너지 저소비형 산업구조의 구축 등 장기적이고 근본적인 대책도 다각도로 강구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