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창촌 여성들 대부분이 수천만원 이상의 빚더미에 앉아있고 상당수는 집안 생계까지 책임져야 하는데 재활대책도 없이 단속만 하면 어쩌란 말이냐." (인천 숭의동 속칭 '옐로하우스' 윤락여성 K씨) "이곳(집창촌) 단속을 피해 다른 곳으로 가면 성매매가 더 문란해진다는 것을 왜 모르나." (부산 충무동 속칭 '완월동' 업주 L씨) 서울의 속칭 '미아리 텍사스촌'를 비롯해 부산 경기 인천 등 전국의 대표적인 집창촌 여성 3천여명이 서울 여의도에서 '성매매 특별법'을 반대하는 집회를 벌인 7일. 이들 여성은 "일시에 생활터전을 없애버리면 우린 어디로 가란 말이냐"며 "집창촌 여성도 정당한 직업인으로 인정하고 생존권 보장대책을 마련하라"고 요구했다. 이들은 적어도 '성매매 특별법'시행을 1∼2년 정도 유예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집회 참가를 위해 수원에서 상경한 B씨는 "그래야 다른 생계대책을 준비할 수 있을 것 아니냐"며 "지금 바로 단속을 강화하면 비정상적으로 빌린 빚은 그대로 남게되고 다른 일자리를 구하기도 더 어렵게 된다"고 강조했다. 인천 옐로하우스에서 일하는 한 여성은 "시골집에 4천만원의 빚이 있어 생활비와 빚 원금 및 이자를 합쳐 매달 2백만원씩 보내줬는데 일을 할 수 없게 돼 걱정이 태산"이라고 하소연했다. 단속이 좀더 길어지면 다른 업태의 유사 윤락업소로 옮길 것이라는 여성도 늘고 있다. 부산 '완월동' 업소의 한 여성은 "여기 사람들 신경이 너무 예민해 말 걸기도 겁난다"며 "이곳에서 조금 더 버티다 안되면 전화방이나 노래방 등 다른 업소로 떠날 생각"이라며 한숨지었다. 인천 옐로하우스의 K양은 "일부는 공창제도가 인정되는 네덜란드 등으로 떠나려는 움직임도 있다"고 전했다. 실제 최근 인천 남구청이 숭의동(옐로하우스)과 학익동 특정지역에서 일하는 윤락녀 2백29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에서도 52.8%(1백21명)가 "지금 일하는 지역이 폐쇄되면 다른 곳으로 이동하거나 유흥업에 종사하겠다"고 답변했다. 울산의 대표적 유흥가인 삼산동 업소에서 일하는 한 여성은 "성매매법이 시행된다고 해서 퇴폐업소 종업원들이 모두 정상적인 직업을 찾아갈 것으로 보는 이는 아무도 없다"며 "주택가 등으로 들어가거나 보다 은밀한 수법의 성매매가 등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인식·김철수 기자 ha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