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져가는 토박이말 맛깔스럽네 .. '재미나는 우리말 도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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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랑 신부가 맞는 첫날밤의 잠은 '꽃잠',불안 때문에 깊이 들지 못하는 잠은 '사로잠',제멋대로 짤짤거리고 쏘다니는 계집아이는 '뻘때추니',곡식을 파는 저자는 '시게전'….
한글날을 앞두고 우리 토박이말의 참맛을 알려주는 책 '재미나는 우리말 도사리'(장승욱 지음,하늘연못)가 나왔다.
지난해 한글문화연대 선정 제1회 우리말글작가상을 받은 저자가 7년 동안 우리말 4천7백93개의 본뜻과 속뜻,올바른 쓰임새를 모아 정리한 것이다.
제목의 '도사리'는 익는 도중에 바람이나 병 때문에 떨어진 열매를 가리키는 순우리말.
책 속으로 들어가면 외양만 차리고 실속이 없는 사람을 일컫는 '어정잡이',반찬 없이 먹는 맨밥 '매나니',겉보기에는 괜찮은데 아무 소용이 없는 물건인 '나무거울' 등 사라져가는 우리말의 맛깔스런 성찬이 펼쳐진다.
'돌반지기'는 임오군란의 결정적인 계기가 됐던 돌이 많이 섞인 쌀을 뜻하고 '퇴짜'는 옛날 관청에서 상납하는 포목의 품질이 낮으면 '퇴(退)'자를 찍어 도로 물리쳤다는 데서 나온 말이라고 한다.
정체불명의 그림말(이모티콘)이 난무하는 요즘 겨레의 얼이 담긴 토박이말 맛을 음미하는 즐거움을 주는 책이다.
더구나 '외로운 한글날'에 만난 우리말 되살림 책의 자태가 곱다.
5백32쪽,1만5천원.
고두현 기자 kd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