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로 빠져나가는 국내자금이 급격히 늘어나면서 올들어 지난 8월까지만 24조원에 달했다고 한다. 글로벌경제 체제하에서 해외투자의 증가나 국제금융자산에 대한 자금운용의 확대를 부정적으로만 평가할 이유는 없다. 하지만 걱정되는 대목이 적지 않은 것 또한 사실이다. 가장 두드러진 증가세를 보인 해외 채권투자 자금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백28.7%나 늘었다고 하니 가히 놀랄 만한 속도다. 그러나 보다 높은 수익을 좇는 자금의 속성을 감안하면 자연스런 현상이라고 보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한·미간 장기금리가 역전돼 국고채보다는 미국 재무성채권을 사는 것이 더 높은 수익률을 올릴 수 있는 것이 현실이고 또 만기가 되면 다시 돌아올 자금이라는 점에서 크게 걱정할 일은 아니라고 본다. 그러나 자금유출이 더욱 가속화될 경우 국내경기의 악화나 성장동력의 약화로 귀결된다는 점에서 경계하지 않으면 안될 일이다. 유학·연수비 목적의 해외송금이 28%나 늘었고 해외여행경비도 13%나 늘었다. 물론 이는 미래를 위한 투자로서의 성격이 짙다고 보면 큰 문제는 아니지만 과소비 우려가 없지 않은 것 또한 사실이어서 우려할 만한 대목이다. 그러나 더욱 걱정스러운 것은 도피성 자금유출이나 불법외화 유출 또한 빠른 속도로 늘고 있다는 점이다. 관세청이 8월까지 적발한 불법외환거래가 3조원을 넘어 지난해 전체규모(2조2천33억원)를 훨씬 웃돈 것은 불법자금도피와 자금세탁이 성행하고 있음을 입증해주는 현상에 다름아니다. 한국인들이 미국이나 중국에서 부동산을 대거 사들이고 있다는 소문이 만연해 있는 것도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일이다. 불법 자금도피는 국부를 유출시키는 범죄행위임이 너무도 분명하다. 국내 투자와 소비를 더욱 위축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도 틀림없다. 따라서 환치기 등을 통한 불법 해외송금이나 유학·연수비를 위장한 자금도피 등에 대해선 보다 철저한 단속과 처벌이 이뤄져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