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 삼성 회장이 33년 만에 이사를 한다.


현재 이 회장의 한남동 자택은 오는 13일 개관되는 '삼성 미술관 리움(Leeum)'과 담 하나만을 사이에 두고 있어 미술관 운영에 부담이 될 것을 우려해서다.


한용외 삼성문화재단 사장은 8일 "미술관이 워낙 넓은 부지(8천5백평)에 자리를 잡아 많은 관람객이 찾을 것으로 보인다"며 "미술관 운영이 원활하게 될 수 있도록 이 회장이 자택을 한남동의 다른 곳으로 옮기기로 했다"고 말했다.


지금 자택은 문화공간으로 새롭게 단장할 계획이다.


이 회장이 이사갈 새 집은 미술관에서 그다지 멀리 떨어져 있지 않은 곳에 위치해 있으며 이사 시기는 내년 봄께가 될 것이라고 한 사장은 설명했다.


이 회장은 지난 72년 현 자택에 입주했다.


삼성이 이 회장의 새로운 터를 물색하면서 풍수지리 등을 감안했다는 얘기는 아직 들리지 않고 있다.


하지만 한남동은 전통적으로 명당으로 알려져 있는 지역.남산을 베개 삼아 한강으로 다리를 곧게 쭉 뻗어 한눈에도 복록과 자손복이 대대로 넘치는 배산임수(背山臨水)의 터로 알려져 있다.


한남동엔 60년대 군 출신 엘리트들이 과거 육군본부가 있던 용산을 중심으로 모여 살면서 권력 실세들이 터를 잡은 데 이어 70년대부터는 대기업 총수들이 줄줄이 '입촌'하기 시작했다.


이 회장뿐만 아니라 구본무 LG 회장,정몽구 현대·기아자동차 회장,강신호 전경련 회장,신격호 롯데 회장,박삼구 금호아시아나 회장 등도 이곳에 살고 있거나 주택을 소유하고 있다.


조일훈 기자 ji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