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우량기업의 블록세일을 외국인이 독식하는 데 대한 증권업계의 시각은 '기대 반 우려 반'이다. 한국 기업의 투자 메리트가 그만큼 크다는 사실이 입증됐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이다. 하지만 '외국인 편중 현상'이 심화돼 향후 외국인이 우량주 주가를 좌지우지할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는 시각도 강하다. 실제 외국인들은 시간외 시장에서만 허용되는 블록세일을 장중에도 허용해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장내 매수보다 블록세일을 통해 한국의 우량주를 매수하겠다는 전략을 반영한 것이다. 외국계 증권사가 블록세일 중개를 독식,국내 증권사의 기업금융(IB) 업무가 더욱 위축되는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외국인 주문,블록세일 2배 외국인이 블록세일에 적극적인 것은 무엇보다 우량주 품귀로 장내에선 대규모 물량을 구하기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거래소 시가총액 상위 20개사의 유통주식 비중은 현재 28%를 밑돌고 있다. 지난 2002년 말에 비해 7%포인트 격감한 수치다. 특히 한국전력우리금융의 경우 유통주식이 8%대에 불과하고 삼성전자 포스코 SK텔레콤 국민은행 현대자동차 신세계 등도 20% 아래로 떨어졌다. 정부가 최근 우리금융지주 지분 4천5백만주(5.7%)를 블록세일로 내놓자마자 미국 캐피털그룹,싱가포르 국영투자기관인 테마섹 등 쟁쟁한 외국계 기관들이 물량 확보전에 뛰어든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우리금융을 비롯 하나은행 신한지주 등 올해 이뤄진 주요 블록세일의 경우 외국인의 매수 주문이 매각 물량보다 2배 이상으로 많았다"며 "국내 우량기업에 대한 관심이 그만큼 높다는 것을 입증해주는 대목"이라고 지적했다. 게다가 블록세일 가격은 원활한 주식 매각을 위해 시가(전날 종가기준)보다 2∼5% 정도 낮은 수준에서 결정되는 게 일반적이다. 외국인 입장에선 우량주를 싼 값에 대량으로 거둬들일 수 있어 '꿩 먹고 알 먹기'인 셈이다. 기업이 국내 기관보다 외국인을 선호하는 것도 이런 분위기를 부추기고 있다. 최근 블록세일을 실시한 모 기업 관계자는 "외국인이 주식을 살 경우 장기 보유하기 때문에 주가 관리에 훨씬 유리할 뿐 아니라 회사 이미지에도 도움이 된다"며 "회사 입장에선 경영권 방어에 이상이 없는 한 외국인을 주식 매각 파트너로 정하는 게 유리하다"고 전했다. ◆IB업무도 외국계로 넘어가 물론 블록세일 참여 기회는 국내 기관에도 주어진다. 하지만 국내 기관은 자금 사정이 취약해 사실상 구경꾼 신세나 다름없다. 자연히 블록세일 중개 업무는 외국계 투자은행에 넘어가고 있다. 정동배 대우증권 IB담당 상무는 "국내 기관은 대규모 물량을 소화해낼 만한 능력이 없다보니 파는 쪽 입장에선 외국계 투자자를 잘 아는 외국계 증권사를 블록세일 주간사로 선정하게 되고 이는 결국 국내 투자자의 참여 기회가 위축되는 악순환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국내 수요층이 확대되지 않는 한 장내시장에 이어 장외에서도 IB업무의 외국계 독주가 계속될 것이란 얘기다. 주용석·임원기 기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