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비드 브래디 부소장은 기업이 어떤 방식으로 시민단체를 상대해야 하는가를 설명하기 위해 다국적 석유회사인 BP(British Petroleum)의 일화를 소개했다. 콘크리트와 금속으로 만들어진 '브렌트 스파(Brent Spar)'는 15년 동안 원유 저장탱크와 적재 부표로서 역할을 해온 석유시설물. 하지만 2명의 영국 과학자가 이 석유 저장시설을 해체하면 결과적으로 산호초에 손상을 줄 것이라고 주장하면서 브렌트 스파를 둘러싼 논쟁은 석유사와 환경단체의 싸움으로 번졌다. 환경단체인 그린피스(Greenpeace) 운동가들은 이 시설물을 점거,선상 농성을 벌였다. 이 시설물을 운영하던 석유회사인 셸(Shell)사는 그린피스의 압력에 결국 굴복했다. 영국 정부의 지지에도 불구하고 이 시설물을 바다 속에 가라앉히는 대신 재활용할 것이라고 선언한 것. BP는 셸과 그린피스의 다툼을 보면서 적극적으로 시민단체를 공략할 작전을 구상했다. BP는 그린피스가 제시하는 데이터의 일부가 정확지 않다는 것을 파악하고 기자단을 데리고 직접 현장에 가는 등 여론을 적극 자기 편으로 끌어들였다. 또 환경친화기업 이미지를 심어 일반 시민들에게 석유회사가 환경을 파괴하는 회사가 아니라는 점을 알리는 작업도 병행했다. 분위기가 유리하게 돌아가자 BP는 그린피스가 그동안 문제삼았던 내용에 대해 소송을 제기했고 결국 소송에서 승리했다. 하지만 BP는 이 소송건이 충분히 홍보가 됐다고 판단되자 소를 취하했다. 굳이 환경단체를 끝까지 몰아붙일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