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말 외평채 가산금리가 14bp(1bp=0.01%p)로 사상 최저수준으로 떨어졌다. 으레 그렇듯 정책당국에서는 우리 경제에 대한 해외시각이 개선됐다는 평가를 내리고 있다. 과연 그렇게 이해할 수 있을까. 요즘 외평채 시장을 보면 외국인 수요보다는 국내기관들의 수요가 절대적이다. 실제 올 하반기 이후 늘어난 국내기관들의 해외채권투자 가운데 약 80% 이상이 우리 정부나 기업들이 해외에서 발행한 '한국물'이다. 이는 크게 두가지 요인에서 비롯되고 있다. 하나는 시중유동성이 풍부한 상황에서 우리 경제 앞날에 대한 불확실성이 높아짐에 따라 안전자산인 채권수요가 절대적으로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다른 하나는 국내 채권시장의 폭과 깊이가 엷어 국내기관들의 채권수요를 다 충족시키지 못함에 따라 반사적인 측면에서 외평채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는 것도 원인이다. 눈여겨봐야 할 것은 이 과정에서 국민연금 등의 외평채 매입이 증가한 점이다. 물론 국민연금이 자체적인 판단에 따른 포트폴리오의 일환으로 외평채 투자를 늘리는 것으로 생각하고 싶지만 아이러니컬한 것은 외평채 발행시기와 맞물려 이들 기관의 외평채 매입이 증가한 사실은 개운치 않은 뒷맛을 남기고 있다. 종전처럼 외평채 가산금리가 우리 경제에 대한 해외시각으로 인식되기 위해서는 외국인들의 수요가 주(主)가 돼야 한다. 최근처럼 국내기관들의 수요가 많은 상황에서 외평채 가산금리가 떨어지는 것을 우리 경제에 대한 해외시각이 개선되는 쪽으로 인식하는 것은 현 정부의 대표적인 자가당착식 경제해석이다. 그동안 외평채 과다발행에 따른 부작용이 제기되는 속에 고집스럽게 외평채 발행을 늘려왔던 정책당국이 외평채 발행분을 원만히 소화해 한편으로는 당위성을 찾아 외평채 발행에 대한 볼멘소리를 해소하고,다른 한편으로는 우리 경제를 비관적으로 보는 견해에 대해 '해외시각은 개선되고 있지 않느냐'는 공치사로 대응하는 것이 아닌가 우려된다. 주목해야 할 것은 우리 경제의 해외시각을 나타내는 여러 지표 가운데 국내수요에 의해 왜곡되는 외평채 가산금리를 제외하고 순수하게 외국기관에 의해 평가되는 지표는 대부분 악화되고 있는 점이다. 외평채 가산금리가 우리 경제에 대한 해외시각을 판단하는 바로미터로서의 기능이 퇴색되고 있음을 시사해 주는 대목이다. 따라서 정책당국은 우리 경제에 대한 해외시각을 개선하는데 더 노력해야 한다. 현 시점에서 시급히 해야 할 과제는 시중의 과잉유동성을 줄이는 동시에 우리 경제에 대한 불확실성을 해소해야 한다. 그래야 안전자산인 채권에 대한 수요가 줄어들면서 외평채 가산금리의 왜곡현상을 시정할 수 있다. 또 국내총생산(GDP)의 2%에 달할 만큼 외평채 발행비용과 운용손실 규모가 과다상태에서는 외평채 추가 발행 뿐만 아니라 이미 발행한 외평채도 만기 이전에 조기상환(buy-back)해 적정수준 이하로 줄일 필요가 있다. 정책당국이 고민하는 원화 환율은 내년까지 예상되는 외환시장 여건을 감안하면 그 하락폭이 크지 않을 전망이다. 이제 국민들도 경제각료만큼 알 것은 다 안다. 이런 상황에서 경제정책은 투명하게 결정하고 확정된 정책은 일관성있게 추진해 나가야 시장참여자들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다. 설령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의도했던 효과를 얻지 못하더라도 도덕적 설득을 구할 수 있는 명분은 생기지 않을까 생각한다. 논설·전문위원 sc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