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桂燮 < 서울대 교수ㆍ경영학 > 수확의 계절이다. 그러나 얼어붙은 내수와 투자부진으로 인한 경기침체로 금년 경제성장률 목표 5%가 위협받고 있다. 내년에는 유가인상 효과가 추가돼 더욱 부진할 것이란 예측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증권시장은 종합주가지수 800 이상에서 선방하고 있다. 특히 금년엔 아주 부진한 추석경기에도 불구하고 추석 전에 주가가 하락하는 한국적 계절변동을 보이지 않았다. 과거에는 증권시장이 좋을 때 내수경기도 회복됐는데 그 기미는 더욱 보이지 않고 있다. 왜 그럴까. 현재 우리 증권시장은 외국인이 시가총액 기준으로 40% 이상을 보유하고 있고,거래대금의 25%를 차지하고 있다. 이에 비해 기관투자가는 시가총액 기준으로 15%,거래대금의 15%를 차지하고 있다. 기관투자가 세력은 지난 1997년 이래 급속하게 감소했다. 개인 역시 마찬가지로 거래대금면에서 70% 이상을 차지하다 현재는 50% 내외로 감소했다. 혹자는 개인들을 아직 우리나라 증권투자의 중심 세력으로 보는 경우가 많다. 그렇지만 개인투자자는 우리나라 기업 소유구조의 특성상 경영주들이 많아 비유동주인 경우가 많다. 이에 비해 우량주식은 외국인들이 60% 이상을 갖고 있어 시장유동주수가 급격히 감소하고 있고 급기야 일부 그룹의 경영권까지 넘보고 있다. 일부에선 설마 외국인이 경영권을 뺏겠느냐고 하겠지만 우리나라 은행의 반은 이제 외국인이 운영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일부 외국인 소유기업은 능력 이상으로 배당해 투자자금을 회수한 바 있다. 세계화된 자본시장에서 너무 국수주의적인 발상으로 생각할 수 있지만 지난 외환위기 이후 외국인 소유현상은 급속하게 진행되고 있다.외국기업이 국내 시장을 지배해도 걱정이 많은 판에 국내기업조차 외국인이 지배하게 된 것이다. 지금 우리가 해야 할 것은 증권시장에 투자자금을 모으는 일이다. 투자신탁을 비롯한 각종 기관투자가는 개인투자자의 자금을 모은 것이다. 따라서 개인투자자를 증권시장으로 끌어들여야 한다. 1980년 중반 일본증권조사단은 우리나라 개인투자자 비율이 높은 것을 보고 부러워하고 비결을 묻기도 했다. 그러나 현재 우리 개인투자자들은 팔리지 않는 비우량주식을 가지고 있거나 기업실적 부진과 함께 빈털터리가 돼있는 상태이다. 다행하게도 시중에는 부동자금 4백조원 이상이 투자처를 찾고 있고 국내의 낮은 금리를 피해서 수익을 찾아 해외 부동산까지 넘보고 있다. 우리 투자자들이 증권투자를 외면하는 이유는 기업에 대한 신뢰 부족이다. 아울러서 정부 정책에 대한 불신이 가세하고 있다. 따라서 현 단계에서 정부가 개인투자자를 유도하기 위해서는 첫째, 기업 경영에 대한 투명성을 보장하고 둘째, 개인투자자에 대한 세제 혜택을 주어 세후 수익률을 향상시켜야 한다. 셋째, 기업들이 연구개발을 통해 보다 향상된 제품과 서비스를 생산하기 위한 투자증대를 유도해야 한다. 이 세가지 중에서도 당장 정부가 할 수 있는 일은 증권 투자자를 위한 세제 개혁이다. 투자수익률을 높이기 위한 세금 우대 투자와 저소득층을 위한 세금 감면 투자를 확대시켜야 한다. 1960년대 우리 경제 발전의 초석이 된 내자조달은 증권투자 세제 우대 정책의 결과였다. 98년 이후 코스닥시장이 활성화된 것은 소액 투자자에 대해서 증권거래소 상장기업의 소액 투자자와 같은 대우를 해주었기 때문이다. 또한 근로자의 미래를 보장하기 위한 연금이나 보험의 증권투자비율을 확대시켜야 한다. 일부 노조는 과거 실적을 근거로 반대하고 있지만 현재 증권시장의 우량주는 우리가 외면한 결과 외국인의 소유가 됐고 이들의 투자수익은 지난 5년 동안 연평균 11% 이상의 수익을 올리고 있다. 상장기업들도 투자자들의 신뢰를 높이기 위해 경영투명성을 높이고 정부는 이에 대한 유도와 감독을 강화해야 한다. 세계적인 우리 기업들을 '코리아 디스카운트'로 낮게 평가하는 것은 바로 우리들 자신이다.반기업 감정을 신뢰로 녹이고 경기를 살리는 것은 우리 자신의 몫이다. 정부정책은 국민들의 합의를 얻어 예측할 수 있게 설정돼야 하며 지속적인 추진으로 신뢰를 얻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