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 캠퍼스 특강] 이성용 베인앤컴퍼니 대표 '핵심사업 성장전략'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이성용 베인앤컴퍼니(Bain&Company) 대표는 "세계경제의 변화속도가 빨라지고 투자자들도 까다로워지는 등 기업의 성장환경은 갈수록 나빠지고 있다"며 "효율적인 성장전략이 없는 회사들은 도태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최근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주최한 세미나에 참석,"핵심사업을 중심으로 한 성장전략"이라는 주제로 특별강의를 했다.
그는 기업이 전략적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가장 잘할 수 있는 핵심사업을 기반으로 단순하고 반복적인 확장전략을 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다음은 강의의 요약.
◆갈수록 힘들어지는 성장=최근 많이 나오는 화두 중 하나가 '성장동력'이다.
한국의 주요 기업 중 삼성 SK LG 등 일부 회사를 제외하면 성숙기에 접어든 산업에 대부분 의존하고 있다.
국내 시장만 고려할 경우 이들 기업은 앞으로도 상당기간 사세를 유지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지속적인 성장을 하기는 어려우며 점차 시장점유율도 줄어들 것이다.
이는 한국만의 문제가 아니다.
컨설팅 회사인 베인앤컴퍼니가 세계 주요 1만개 기업을 조사해본 결과 연간 매출이 평균 5.5% 이상 늘어나고 있는 기업은 전체 조사 기업의 27%에 불과했다.
수익이 5.5% 이상 늘어나는 기업은 이보다 훨씬 적은 16%뿐이었다.
반면 투자자들은 점점 더 까다로워진다.
세계적으로 투자자들의 주식 보유 기간은 1960년대만 하더라도 평균 8년에 이르렀지만 현재는 1년 정도에 불과하다.
회사의 성장 가능성이 희박하다고 판단할 경우 바로 투자금액을 회수해 간다.
◆핵심 사업을 중심으로 사업 확장해야=하지만 지속적인 성장을 거듭하는 기업도 분명 있다.
같은 업계에 있는 기업들의 성장률 차이는 예상보다 크다.
컴퓨터 업계의 대표기업인 델컴퓨터는 최근 10년 동안 연평균 59%의 이익률을 기록한 반면 애플컴퓨터의 이익률은 뒷걸음질쳤다.
기업 이익은 업계의 평균 이익과 어느 정도 상관관계가 있다.
하지만 반드시 그런 것은 아니다.
오토바이 업체인 할리데이비슨의 경우 업계 평균 성장률이 2%에 불과하지만 연평균 20% 성장해왔다.
핵심 사업을 중심으로 사업을 확장할 경우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사업 확장 성공확률이 훨씬 높다.
특히 다른 신상품이나 서비스를 내놓으면서 같은 소비자를 공략하는 사업 확장은 비교적 성공확률이 높다.
하지만 같은 상품이나 서비스로 다른 지역을 개척하거나 다른 소비자층을 공략하는 방식의 사업 확장은 성공률이 급격히 떨어진다.
특히 신규 영역의 사업을 시작할 경우 성공률은 도박에서 돈을 딸 확률 수준으로 급감한다.
◆반복할 수 있는 성장매뉴얼을 만들어라=1950년대 초 골프계를 주름잡았던 벤 호건은 어떻게 하면 완벽한 스윙을 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에 "단순한 자기만의 스윙을 만들어 끊임없이 그 동작을 반복하라"고 충고했다.
벤 호건의 주장은 기업의 확장에 그대로 적용된다.
실제로 최대한 단순하게 확장 모델을 만들어 이를 끊임없이 반복하는 기업이 높은 성장률을 기록했다.
80년대 후반까지 나이키와 리복은 우열을 가리기 힘든 스포츠 브랜드였다.
하지만 현재 나이키의 매출은 리복의 4배에 달한다.
비슷한 기업이 이 같은 차이가 난 것은 사업 확장 전략이 달랐기 때문이었다.
나이키는 마이클 조던을 모델로 82년 농구화를 출시한 후 농구복 농구공으로 사업영역을 넓혔다.
이는 테니스용품이나 축구용품도 마찬가지여서 신발에서 의류로 다시 관련 용품으로 사업 영역을 넓히는 순서를 반복했다.
나이키는 최근 골프채 시장으로 사업을 넓히고 있다.
골프채 시장은 테일러메이드 혼마 등 전문 브랜드들이 강세를 보이고 있는 영역이지만 투자자들은 나이키가 이 시장에서 성공할 것이라고 믿고 계속 투자한다.
실제로 나이키는 이 같은 방식으로 사업을 확장,3년 이내에 시장의 상당부분을 잠식하는 데 성공했다.
반면 리복은 농구화 테니스화에서 조깅화로 사업을 확장한 후 보트신발 골프공 등으로 방향을 틀었다.
매출이 하락하기 시작하자 다시 농구화 쪽에 역점을 두었고 랄프로렌 등과 손잡고 고급 브랜드 제품을 출시하기도 했다.
리복의 주먹구구식 사업 확장은 대부분 실패했고 현재 상당수의 계열사를 매각한 상태다.
◆사업확장 과정은 최대한 단순하게=이는 해외 진출에도 똑같이 적용된다.
델과 게이트웨이는 초기 전화나 인터넷을 통한 직접 판매 방식으로 컴퓨터를 생산·판매해 왔으나 회사가 커가면서 서로 다른 방식으로 해외 사업을 벌여 희비가 엇갈린 경우다.
델은 6개 주요 국가 기업고객을 중심으로 해외 사업을 확장하면서 오로지 직접 판매 기법만을 사용했다.
델은 이처럼 단순한 방식으로 95년부터 2002년 사이 매출액을 7배나 늘릴 수 있었다.
반면 게이트웨이는 다수의 국가에 기업고객과 개인고객 모두를 대상으로 사업을 벌였고 소매사업도 병행했다.
이처럼 사업 확장 과정이 복잡했기 때문에 2001년 경상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매출의 33%에 이르렀고 투자자들은 게이트웨이를 외면했다.
송형석 기자 clic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