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가 회사 차원의 공동구매 제도를 도입하는 등 부품 경쟁력을 좌우하는 구매 시스템을 확 바꾼다. 또 중소 전자 부품업체 인수에 나서는 등 부품사업을 대폭 강화한다. 회사측은 구매 혁신을 통해 연간 1천억원이 넘는 비용절감 효과를 거두는 동시에 전자제품 경쟁력을 한단계 끌어올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10일 전자업계에 따르면 LG전자는 전자제품에 공통적으로 쓰이는 15개 가량의 부품에 대해 본사 및 3개 사업본부(가전,디스플레이 미디어,정보통신)에서 공동 구매하는 제도를 도입키로 하고,최근 시범 운영에 들어갔다. LG전자는 지금까지 냉장고 에어컨 TV 등 19개 사업부별로 필요 부품을 개별적으로 사서 썼다. 새로운 시스템 도입으로 본사 구매전략팀은 회로소자 커넥터 축전지 등 10여개 범용 부품을 일괄 구매하게 된다. 3개 사업본부에는 본부별 사업부에서 쓰이는 플라스틱 철강 반도체소자 등 원재료 4∼5종을 공동 구매하게 된다. 예컨대 에어컨의 경우 지금까지는 에어컨사업부에서 필요한 부품을 모두 조달했지만 앞으론 △회로소자 등은 본사에서 △플라스틱 등은 가전사업본부에서 △팬모터 응축기 등은 에어컨사업부에서 각각 조달한다는 얘기다. LG전자 관계자는 "16조원에 달하는 연간 부품 구매액의 20∼30%인 4조원 가량이 공동구매 대상"이라며 "공동구매로 납품가 협상력이 높아지면 지금보다 구입단가를 2∼3% 가량 낮출 수 있기 때문에 연간 1천억원 이상 원가를 절감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LG전자는 시장상황을 봐가며 공동구매 대상 부품을 늘리는 동시에 LG필립스LCD LG이노텍 LG마이크론 등 계열사들과의 공동구매를 추진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LG전자는 아울러 '부품 내재화(內在化)율'을 높이기 위해 자체적인 부품 사업을 강화해 나가기로 했다. 이를 위해 기술력을 갖춘 일부 중소 전자 부품업체 인수에 나섰으며,MP3플레이어 등에 들어가는 메모리카드 일부를 직접 생산키로 했다. 또 휴대폰용 카메라모듈,휴대폰 배터리 등 주요 부품에 대한 외국업체 구매 비중을 낮추는 대신 LG이노텍,LG화학 등 계열사 생산품 구입을 늘려갈 예정이다. 이와 관련,LG전자는 지난달 전자 계열사들과 함께 처음 개최한 '전자 소그룹 부품사업전략회의'를 연 2회씩 정례화해 주요 부품 개발 및 설비 투자 협력을 강화키로 했다. LG전자는 아울러 내년말까지 계열사를 포함한 국내외 2천5백여개 협력업체 중 기술력과 일정 수준 이상의 생산능력을 갖춘 업체를 선정,이들 업체에 대해선 제품 기획 단계부터 프로젝트에 참여토록 제도화하기로 했다. LG전자 관계자는 "설계 도면대로 부품을 생산하는 데 그치지 않고 부품 설계 능력을 키워줌으로써 부품의 성능과 생산 단가를 낮출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오상헌 기자 ohyea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