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입시를 둘러싼 논쟁이 "고교등급제"파문으로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그러나 이같은 논쟁은 이미 예고된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일선 고교의 "내신성적 부풀리기"로 내신이 무용지물이 된 가운데 정부가 이른바 "3不(불)"로 불리는 포괄적 규제로 본고사실시 등을 금지하면서 대학들은 변별력있는 입학전형자료를 구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특히 이번에 문제가 된 수시1학기 전형은 수능 성적마저 없는 상태에서 치러졌다. 학생선발권 고교평준화 기여입학제 등 대학입시와 관련된 핫이슈를 3차례에 나눠 시리즈로 싣는다. ◆엄청난 규제=국무총리실 산하 규제개혁위원회에 따르면 2003년 6월말 현재 교육인적자원부 소관 교육규제 건수는 1백39건이며,그 중 대학에 가해지는 규제는 34건이다. 이 가운데 대학입시에 관한 규제는 △대학 입시전형시 논술고사 외 필답고사 실시 제한(고등교육법 제35조) △대학입학 전형자료 열거(고등교육법 제35조 제1항) △대학입학 지원방법 제한 및 등록(고등교육법 제42조) 등이다. 특히 눈에 보이지 않는 규제가 더 많다. 소위 '3불'이라는 △고교등급제 △본고사 △기여입학제 중 법으로 규제되는 것은 본고사밖에는 없으며 나머지 2개는 '교육부 고시'에 의한 것이다. 김완진 서울대 입학관리본부장은 "교육부는 3불을 제외하고는 다 자율권을 줬다고 하고 있지만 그것이 제일 중요한 것들"이라며 "사실상 대학이 원하는 교육 목표에 맞는 학생을 뽑기 위해 아무 것도 할 수가 없다"고 말했다. ◆추락하는 대학 경쟁력,고착되는 서열화=이런 규제로 인해 대학이 학생 선발에서 할 수 있는 일이란 거의 없다. 대입전형 자료는 내신과 수능성적,그리고 대학별 논술·면접·적성검사 등 3개.그러나 전국 각지의 학력차가 있는 고교들의 내신은 '부풀리기' 관행으로 믿을 수 없고,대학별 적성검사 등은 본고사 형식의 필답고사가 금지돼 IQ검사와 같은 수준에 그친다. 이에 따라 학생 선발은 결국 수능성적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모든 대학이 학생 선발을 수능에 의존하다 보니 대학들은 특성화되지 못한 채 성적순의 서열은 고착화되고 있다. 학생들도 수능 준비에 일생을 걸고 매달릴 수밖에 없는 구조가 된다. 특히 이런 현상이 몇 십년째 이어지면서 대학들은 학생 선발 능력을 잃어가고 있고 대다수의 대학은 오히려 타성에 젖어 그 울타리 안에서 안주하고 있다. 이주호 한나라당 의원은 "정부가 규제한다는 이야기는 대학의 자율적인 발전 모색의 기회를 차단하는 것"이라며 ?규제가 강화될수록 결국 대학의 국제 경쟁력은 떨어지게 된다?고 말했다. ◆과감히 풀어 특성화 유도=대학에 학생 선발권이 돌려지고 '공부만 잘하는 학생'이 아닌 '다양한 능력을 가진 학생'을 뽑는 경쟁이 시작된다면 대학은 특성화되고 경쟁력을 갖출 수 있게 된다. 대학은 살아남기 위해 특성화된 학생들을 뽑게 되고 이는 곧 서열파괴로 이어지게 된다. 또 입시를 준비하는 고등학교도 특성화되고 '입시지옥'도 해결될 수 있다. 물론 이는 대학이 입학사정권 제도를 도입하고 다양한 학생을 선발하기 위한 노력을 경주해야만 이뤄질 수 있는 일이다. 교육부와 시민단체 등은 규제를 풀 경우 부정입학 등의 부작용을 두려워하고 있다. 그러나 대학간 경쟁 구조가 보장된다면 이런 문제는 자동적으로 사라지게 된다. 김현석 기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