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석학에게 듣는다] '폴 크루그먼' 美 프린스턴 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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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 크루그먼 프린스턴 대학 교수는 요즘 "부시 때리기" 에 전념하고 있다.
뉴욕타임스 화요일자와 금요일자에 실리는 그의 칼럼은 1백% 부시 두들겨 패기다.
백악관에서 근거없는 쓰레기같은 글이라는 평가를 받아도 개의치 않는다.
그를 인터뷰한 장소도 그의 칼럼을 모아 새로 펴낸 "대폭로(The Great Unraveling)" 출간 기념 강연을 한 맨하탄의 프린스턴 대학 동문 클럽에서 였다.
2~3년전까지만 해도 그렇게 관심이 많았던 아시아와 남미 경제 동향을 묻자 "지금은 연구할 틈이 없다" 며 간단한 논평으로 끝내고 곧바로 부시 때리기로 돌아갔다.
-조지 W 부시 대통령을 지나치게 비판한다는 지적을 받고 있는데.
"훈련된 경제학자로서 일반 사람들이 보지 못하는 부시 행정부의 용서할 수 없는 부정직성을 보기 때문에 비판하는 것이다.
나는 누가 무슨 말을 했고 누구는 이런 말을 했다는 식의 단순 전달식 기사에 흔들리지 않는다.
그런 기사는 정치인들의 거짓 주장도 액면 그대로 전달할 우려가 있다.
요즘에는 정치문제를 많이 쓰고 있지만 앞으론 경제 문제에 더 비중을 둘 계획이다.
11월2일 대선을 앞두고 경제이슈의 비중이 떨어지고 있기 때문에 그 문제를 집중적으로 쓸 예정이다."
-각종 여론 조사에서 부시 대통령의 재선 가능성이 다소 높은 것으로 나오는데.
"부시 대통령이 존 케리 민주당 후보보다 좁게는 2%,많게는 14%까지 앞서는 것으로 나왔지만 14%는 뭔가 잘못된 것 같다.
2000년 대선을 맞힌 조그비 조사에선 부시가 3% 앞섰지만 접전 지역에선 케리 후보가 선전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치전문가가 아니어서 잘 모르지만 득표율에선 부시가 이기고 선거인단수에선 케리가 승리할 가능성이 있음을 시사하는 것이길 바란다.
부시가 승리하면 선거 다음날인 11월3일 이라크 저항세력에 대한 대대적인 공습이 있을 것이다.
세계가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
신보수파(네오콘)인 폴 윌포위츠 국방부 부장관이 국방장관으로 승진할 것 같다.
일부에선 이란을 공격할 것으로 추측하지만 그런 미친 짓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부시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하면 다른 나라와의 외교 관계는 어떻게 될 것으로 보는가.
"미국은 이미 대부분의 국가들로부터 신뢰를 잃었다.
부시가 재선되면 미국의 우방 중 민주국가는 하나도 남지 않을 것이다.
심지어 토니 블레어가 이끄는 영국도 떨어져 나갈지 모른다.
부시 대통령에겐 러시아 같은 법적 정당성을 개의치 않는 나라들 정도만 지지국가로 남을 것으로 우려된다.
미국 유권자들은 이라크 전쟁이 얼마나 잘못돼 가고 있는지 잘 모른다.
미국의 도덕적인 자격이 얼마나 악화돼 있는지도 잘 못 느끼는 듯하다."
-이라크 전쟁을 잘못된 전쟁이라고 늘 비판해왔다.
그러면서 이라크보다는 북한이 현존하는 위험이라고 지적해왔는데.
"이라크와 알카에다의 명백한 연계도 드러나지 않았고 핵무기 프로그램도 찾지 못했다.
반면 북한은 분명하고 현존하는 위험이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추진하고 있는 핵무기 프로그램은 소문이나 미국 정부가 만들어낸 조작이 아니다.
그런데도 부시 행정부는 단순히 지역적 위험으로 간주하고 집권 초기에는 대화도 하지 않았다."
-미국 경제는 견조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얼마 전 국제통화기금(IMF)은 올해 미국 경제성장률을 4.3%로 전망했다.
미국 경제를 어떻게 평가하는가.
"유럽처럼 실망스런 성장을 기록하고 있다.
잠재성장률 밑이 아닌가 생각된다.
지난 2·4분기에는 성장률이 3%(실제 확정치는 3.3%)였다.
충분한 성장이라고 할 수 없다."
-미국 경제에 대한 평가가 너무 인색한 것 같다.
"재정적자와 부진한 일자리 창출 동향을 보라.부시 행정부는 클린턴 정부에서 넘겨받은 흑자를 다 날리고 사상 최대의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규모 세금감면을 두차례나 실시했다.
특히 2003년의 감세조치는 이해하기 어렵다.
전쟁 중 세금을 낮추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기 때문이다.
전쟁 중엔 모두가 희생을 떠안아야 한다.
젊은이들이 나라를 보호하기 위해 죽어가는 상황에서 부유층을 위해 세금을 깎는 정부는 본 적이 없다.
일자리가 늘어난다고 하지만 여전히 부진하다.
경제가 제대로 성장할 때는 월 20만개 이상의 일자리가 생겨야 한다.
지금은 그렇지 못하다.
부시 대통령은 대공황 때인 허버트 후버 대통령 이후 일자리를 가장 적게 만든 대통령으로 기록될 것이다."
-한국 경제에 대해서는 어떻게 평가하는가.
"지난 2001년 한국을 다녀온 적이 있지만 워낙 짧은 기간이었고 최근 한국은 물론 아시아 경제를 관찰하거나 연구하지 않아 구체적인 진단을 내리고 싶지 않다.
다만 나는 한국 경제를 성공 스토리로 자주 인용한다.
짧은 기간에 빈곤에서 벗어나 높은 생활수준을 누리고 있고 분배구조도 비교적 괜찮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일부 기업이 너무나 많은 업종에 손을 뻗치고 있지만 어느 나라에서나 일어나는 일이다.
미국 기업들도 19세기 후반에 과도한 확장으로 줄줄이 부도가 난 적이 있다."
-한국은 최근 미국보다는 중국과 경제적으로 더 가까워지고 있다.
경제적인 면에서 한·미,한·중관계를 어떻게 보는가.
"한국은 무엇인가를 팔아야 하고 중국은 거대한 시장이기 때문에 한국이 중국과 경제적으로 가까워질 수밖에 없다.
다만 어느 한 나라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것은 좋지 않다고 생각한다."
-중국 경제가 세계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앞으로 중국 경제는 어떤 모습을 보일 것으로 생각하는가.
일본경제 회복세도 강력한데.
"중국 경제는 쉽지 않은 주제다.
제대로 알려면 상당 기간 집중적으로 연구해야 한다.
나는 지금 그런 데 시간을 쏟을 수가 없다.
문제가 미국에 있기 때문이다.
미국은 지금 역사상 가장 큰 정치적 위기를 맞고 있다.
가장 큰 위기가 코앞에 있기 때문에 그 문제에 관심을 쏟을 수밖에 없다.
일본 경제는 강한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그런데 나는 약간의 의구심이 있다.
일본 경제 문제의 핵심은 은행이었는데 은행이 생각만큼 건전해졌는지 자신하기 어렵다."
gw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