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군은 우리의 형제이자 친구", "꾸리, 꾸리". 한국을 뜻하는 쿠르드어 '꾸리, 꾸리' 환호가 열사의 땅에 메아리치고 있다. 자이툰부대가 주둔지 아르빌에서 북동쪽으로 차량으로 20분 거리인 바히르카의한 농촌 마을에 수십개의 축구공을 나눠주자 곳곳에서 환호성이 터져나왔다. 한국군은 가는 곳마다 환영을 받을 정도로 현지 분위기는 일단 매우 우호적이다. 이라크 평화.재건 임무를 수행하러 온 한국군에 대한 기대감을 표출한 것으로 볼 수있고, 거꾸로 미군에 대한 반감이 한국군에 대한 우호감으로 나타난 것으로도 해석할 수 있다. 낯선 사람에게 좀처럼 속마음을 열지 않는 이슬람민족의 속성상 현재로선 이들의 본심을 꿰뚫어 보는 것에 한계가 있지만 한국군을 대하는 어린이들의 눈빛만은거짓이 없었다. 쿠르드자치정부(KRG) 고위 관계자들도 한국군의 앞으로 활동에 큰 기대감을 갖고 있다. 아르빌에 안착한 후 처음으로 10일 KRG에 통학버스 등 11t 트럭 9대 분량의 장비와 물자를 기증하자 니제르반 바르자니 총리는 "이라크와 쿠르드를 위해 재건사업을 벌이고 있는 한국군을 환영한다. 기증품은 한국군의 진실성과 헌신의 표시"라고격찬을 아끼지 않았다. 그러나 이들의 환영 분위기와는 다르게 자이툰부대는 요즘 내달 본격적으로 이뤄질 평화.재건 임무활동을 앞두고 잔뜩 움츠려 있는 모습이다. 국제 테러단체 알-카에다가 최근 한국을 비롯한 미군 동맹국에 대한 테러를 촉구한 가운데 이라크 테러세력이 한국인에 대한 현상금을 내걸었다는 등 각종 테러첩보가 포착되고 있기 때문이다. 자이툰부대는 초기에 대규모 병력이 영외활동에 나서는 것에는 위험이 따른다고판단, KRG가 계획했던 자이툰부대 환영식을 취소시키는 등 활동을 극도로 자제하고있다. 아르빌에 파병된지 3주째 접어들고 있지만 자이툰부대의 구체적이고 가시적인행보를 감지할 수 없자 현지에서는 "왜 아무런 지원 소식이 없느냐"는 소리도 들리고 있다. 자이툰부대를 속된 표현으로 '봉'으로 여기고 평화재건 사업에 따른 혜택을 잔뜩 기대하고 있는 아르빌 현지 쿠르드인들의 '조바심'을 대변하는 말로 해석된다. 쿠르드족 출신의 한 기업인은 "처음에는 한국군의 파병에 대해 의구심을 가졌지만 이제는 대부분의 쿠르드인들이 환영한다"며 "쿠르드 지역에 경제적으로 뿐만 아니라 여러 면에서 도움이 될 것"이라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아르빌과 자이툰부대를 둘러싼 각종 테러 첩보에도 불구하고 자이툰부대 주변에서는 특별한 위협을 감지하기는 쉽지 않다. 이는 이라크 주변 3국을 거쳐 아르빌로 이르는 육로 이동로는 물론, 미군 UH-60헬기를 타고 이라크 북부 자이툰부대의 작전 관할지역을 둘러보면서도 같은 느낌이었다. 그러나 자이툰부대 고위 관계자는 "아르빌은 비교적 안전하지만 이라크는 엄연히 전쟁지역임을 감안하면 이는 상대적인 안전을 얘기하는 것일 뿐"이라며 방심을경계했다. 그는 또 현재의 아르빌 상황을 "평온함 속의 폭풍전야"라고 표현해 언제든지 상황이 급반전 될 수도 있음을 시사했다. 아르빌에서 자유로운 활동을 원하는 기업인 등 자이툰부대내 한국 민간인 거주자 66명과 안전을 위해 일정한 틀속에 가두려는 자이툰부대의 줄다리기도 계속되고있다. 교민들 역시 특별히 신변위협을 느끼지는 않지만 현지 민병대인 페쉬메르가의경호를 받으면서도 상당수는 권총까지 구입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아르빌 주민과 KRG의 '호의' 뒷면에는 자이툰부대가 가져온 '선물 보따리'에 대한 기대감이 상당히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자이툰부대가 정작 선물 보따리를 풀어놨을 때 지금의 호의적인 분위기가 자칫 나쁜 쪽으로 바뀔 수도 있다고 우려하는 목소리를 내놓고 있다. (아르빌=연합뉴스) 이귀원 기자 lkw777@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