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이툰부대의 이라크 평화.재건 임무수행을 위해서는 현실적으로 부대원들과 현지 교민들의 안전확보가 가장 시급하다. 내달 초부터 새마을운동을 비롯한 각종 재건활동을 본격 시작할 계획이지만 안전이 확보되지 않고서는 원활한 임무 수행이 어렵다는 게 부대 관계자들의 한결같은반응이다. 현 시점에서 이라크내 한국인의 안전이 강조되는 또 다른 이유는 파병 부대원의희생이나 민간인 납치 등이 가지는 엄청난 '폭발력' 때문이다. 이라크 무장단체에 의한 고(故) 김선일씨 피살과 같은 유사 사건이 재발할 경우평화재건은 커녕 당장 국내에서 파병부대 철수 여론이 비등할 것임은 물론 12월 기한인 파병기간 연장 문제도 제동이 불가피하다. 자이툰부대가 아르빌에 체류 중인 한국인 기업가 등 66명의 교민을 부대내에서숙식토록 하고 외출할 때는 현지 민병대의 경호를 받도록 하는 등 엄격히 관리하고있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 아르빌 현지의 한 소식통은 이와 관련, 일부 교민들이 부대의 통제에 반발하고있다고 귀띔하면서도 "민간인을 강제인 방법으로 제약할 수도 없고 그렇다고 마냥방치할 수도 없지 않느냐"고 말했다. 자이툰부대 역시 테러 세력의 표적이 되는 것을 우려해 장병들의 불필요한 영외출입을 삼가토록 하고 대규모 인원이 모이는 행사 참가 등은 자제시키고 있다. 자이툰부대 관계자의 "평온 속의 폭풍전야"라는 표현처럼 아르빌은 겉으로는 조용한 것처럼 보이지만 이라크 테러단체들이 언제든지 유입돼 상황을 역전시킬 수도있기 때문에 자이툰부대의 고민 또한 이만저만이 아니다. 이와 함께 현지 이슬람 주민들과 접촉 과정 등에서 문화적인 '거부감'을 주지않도록 각별히 신경을 쓰고 있다. 황의돈(소장) 자이툰부대 사단장이 10일 쿠르드자치정부(KRG)측에 지원물자를기증하면서 "지역 문화와 전통, 예절을 귀하게 여기며 가장 모범적이고 성실하게 임무를 수행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한 것도 이런 점을 의식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현지 여성들을 정면으로 응시하거나 말을 먼저 걸거나 손을 건네는등의 행동을 하지 않도록 장병들에게 철저히 교육하고 있다. 비록 아르빌 지역은 이라크의 다른 지역에 비해서 종교 차이 등에 대해 상대적으로는 관대한 편이라고 하지만 사소한 오해가 엉뚱하게 문제를 키울 수 있는 만큼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이밖에 미국이 이라크 평화.재건을 위해 파병된 자이툰부대에 대해 본연의 임무에서 벗어나는 '전투임무' 지원을 요청해올 가능성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우려하고있다. 이라크 저항세력의 거센 저항과 맞물려 미군의 희생자가 속출하고 있는 상황에서 미국은 한국이 '악역'을 담당해줄 것을 요구하는 유혹에 언제든 빠질 수 있다고보기 때문이다. (아르빌=연합뉴스) 이귀원 기자 lkw777@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