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대는 여러모로 "다리격"이다. 인생의 전반부와 후반부를 잇고 아래 세대와 윗 세대를 연결한다. 화려한 성공과,벼랑끝의 좌절도 뒤섞여 있다. 각계에서 "40대 기수"들이 맹활약하는가 하면 "사오정"으로 대변되는 조기퇴직 풍조와 더불어 "고개숙인 40대"도 즐비하다. 은퇴하기엔 너무 이르고,도전하기엔 더이상 젊지 않은 나이.직장인이라면 조만간 "승부"를 봐야 한다는 긴장감이 팽팽하고,뭐가됐든 앞으로 40년동안 먹고 살 것을 마련해야 한다는 강박감도 이 가을을 파고든다. 한국의 40대는 이처럼 안정과 불안이 교차하고,희망과 절망이 엇갈리며,비관과 낙관을 오가는 상황속에서 만만찮은 내적 갈등을 겪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살림살이 나아지겠습니까=소득 직업 생활만족도 등을 고려한 사회적 지위에 대해 다수(55.6%)가 '중간'이라고 답했다. 하지만 자신을 하위계층으로 분류한 사람이 27.3%나 돼 상위계층으로 분류한 사람(15.5%)보다 훨씬 많았다. 40대에서도 '중간'이라는 답이 50.7%로 가장 많았지만 '하위'(29.7%)라는 응답이 '상위'(18.1%)를 크게 웃돌았다. 인생의 후반전을 맞는 40대.'더이상 젊지 않다'는 비감은 '더 나은 내일'에 대한 꿈을 상당부분 덜어낸 것으로 보인다. 향후 10년 이내에 그 지위가 올라갈 것 같으냐는 물음에 40대는 절반 가까이가 '달라지지 않을 것'(45.9%)으로 내다봤고 15.4%는 '내려갈 것'으로 점쳤다. '올라갈 것'이라는 답은 33.5%에 머물렀다. 20대(71.4%),30대(59.8%)가 '지위상승'에 표를 주로 던진 것과 대조적이다. 40대 인생지침서로 베스트셀러 작가가 된 미국의 밥 포드는 저서 '하프 타임'에서 "인생의 전반부가 성공을 추구하는 시기라면 후반부는 의미 있는 삶을 추구해야 할 때"라며 "40대 이후가 내리막이라는 생각을 멈출 때 40살은 가치로운 삶을 위한 새로운 출발점이 된다"고 조언하고 있다. ◆아들아,나와는 다른 길을 걸어라='직업 대물림'에 대한 질문에 40대는 부정적인 시각을 보였다. 절반 이상(52.8%)이 자녀가 자신의 직업을 이어가는 것에 반대했다. '찬성'은 39.5%에 머물렀다. 각 연령층 중에서 반대비율이 제일 높았고,찬성비율은 가장 낮았다. 전체응답에서 찬성(44.6%)이 반대(43.8%)를 앞서고 있는 것과 대조적이다. 40대에 이르러 '일'에 대한 자긍심이나 성취감이 흔들리고 있음을 읽을 수 있다. 그러나 해석하기에 따라서는 직업 대물림 찬성비율이 그래도 상당히 높은 것 아니냐는 분석도 가능하다. 나라를 떠나는 문제도 고민거리였다. 40대 10명 중 4명(39.4%)이 이민을 생각해본 적이 있다고 답했다. 이민을 고려해본 경험이 가장 많은 30대(40.7%)와 맞먹는 정도다. 각종 이민 박람회를 찾는 이들의 80%가 30∼40대라는 사실과 같은 맥락이다. 이에 대해 한 이민업체 관계자는 "예전의 이민이 취업이나 자녀 교육을 위한 것이었다면 요즈음의 이민은 결혼이나 안락한 노후 등 인간다운 삶을 살 수 있는 곳을 찾아 떠나는 경향이 짙다"고 전했다. ◆그래도 인생은 살 만하다=갈수록 꿈도 쪼그라드는 상황이지만 40대의 54.8%가 그래도 지금까지의 인생을 '성공적'으로 평가하고 있었다. 전 연령층을 종합해서도 '성공작'이라는 응답이 54.1%나 됐다. 인생 성공도에 대한 평가는 30대(55.6%)가 가장 후했고 40대,50대 이상,20대의 순으로 나타났다. 불경기나 실업 등으로 사회에 암울한 그림자가 드리워진 상황에서 조사가 이뤄졌다는 점을 감안하면 삶에 대한 한국인의 긍정적인 모습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이런 태도는 자녀 세대가 지금 세대보다 잘 살 것이라는 믿음에서도 드러난다. 40대의 58.6%가 아들 딸 세대가 자신의 세대보다 잘 살 것이라고 답했다. 20대(65.0%)나 30대(63.2%)에 비해 그 믿음의 크기가 줄긴 했지만 '그래도 미래는 있다'는 낙관론이 60%에 가깝다는 사실은 긍정적이다. 이에 대해 국민대 김형준(정치대학원) 교수는 "어려운 경제 상황에도 불구하고 40대를 비롯한 대부분 세대가 미래를 낙관적으로 보고 있다는 것은 고무적인 발견"이라며 "정치권이 국익과 경제를 우선하는 고품격 정치를 펼친다면 국민들이 간직한 희망과 긍정의 에너지를 결집시켜 국가적 성장 동력으로 이끌어낼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혜수 기자 dears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