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뚝심 센 장사꾼' vs '조용한 뱅커' 이달 말 국민은행 최고경영자(CEO) 임무 교대를 하는 김정태 행장과 강정원 내정자의 스타일은 이렇게 단적으로 비교된다. 때문에 금융계는 앞으로 국민은행의 경영전반에도 적지 않은 변화가 일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금융계가 주목하는 부분은 우선 대(對)정부 관계.김 행장은 '시장원리와 주주가치 증대'라는 경영모토를 내세워 수시로 정책당국과 갈등관계를 빚어왔다. LG카드 사태 때 '대주주 책임론'을 제기하며 추가지원을 거부한 게 대표적 사례다. 김 행장의 이런 태도는 외국인주주와 시장으로부터는 지지를 받았지만 정부와의 관계는 악화될 수밖에 없었다. 이에 비해 강 내정자는 정부와 한결 부드러운 관계를 형성할 것이라는 게 금융계의 관측이다. 강 내정자는 뱅커스트러스트와 도이체방크의 한국대표 시절부터 재경부 관료들과 공·사석을 통해 긴밀한 관계를 유지해왔다. 서울은행장 재직시에도 금감위와 호흡을 잘 맞췄다는 평이다. 경기고 동문인 이헌재 재정경제부 장관과 양천식 금감위 부위원장 등과도 관계가 돈독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두 사람은 경력면에서도 큰 대조를 보인다. 김 행장은 국내 증권사에서 20여년간 잔뼈가 굵었다. 반면 강 내정자는 외국은행에서 근무한 20여년간 주로 기업금융을 맡아왔다. 강 행장 체제에서는 기업금융이 한층 강화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한 관계자는 "김 행장 시절에 비해 기업금융쪽이 좀더 강화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두 사람의 경영스타일도 대조를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김 행장이 '동물적 감각'을 바탕으로 신속한 의사결정을 하고 밀어붙이는 스타일이었던 반면 강 내정자는 신중에 신중을 기하는 스타일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금융계 고위 관계자는 "강 내정자는 참모들의 얘기에 귀를 잘 기울이는 스타일"이라며 "그가 새 경영진을 어떻게 짤지 주목해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금융계에서는 이밖에 인성면에서도 강 내정자와 김 행장은 상당한 차이가 있는 것으로 평하고 있다. 서울은행에서 일했던 한 금융계 인사는 강 내정자에 대해 "성장기를 해외에서 보낸 탓인지 가끔 임직원들이 이질감을 느낄 정도로 서구적 정서를 드러내곤 했다"고 전했다. 스스로 '촌놈'을 자처하며 주말농장 가꾸기를 취미로 삼고 있는 김 행장과는 사뭇 대비되는 면모가 아닐 수 없다. 장진모 기자 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