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의 인생은 그래도 성공작이었지만…."


한국사회의 중추인 40대는 자부심과 불안감을 동시에 느끼며 고군분투하고 있었다.


개인주의적이며 분배지향적인 20,30대와 보수적이고 성장지향적인 50,60대.


그 이질적인 두 세대 사이에서 절충과 조화를 이뤄내야 한다는 버거운 짐을 지고 있는 게 우리의 40대다.


그런 그들은 386세대의 맏형격인 40대 전반과 개발연대의 막내격인 40대 후반이 뒤섞인 가운데 자기정체성을 놓고 적지 않은 심리적 갈등을 겪고 있었다.


'평생직장 연공서열시대'에 사회에 첫발을 내디뎠지만 지금은 '무한경쟁,명퇴시대'에 적응하느라 고심하고도 있다.


40대 CEO,40대 은행장,40대 국회의원….


각계에서 맹활약하는 '40대 기수'들과 '사오정'으로 불리는 고개 숙인 40대의 자화상이 오버랩돼 있기도 했다.


한국경제신문은 창간 40주년을 기념,'40대,그들은 누구인가'를 주제로 한국사회과학데이터센터와 함께 전국의 성인남녀 1천명을 상대로 사회의식조사를 실시했다.


그 결과 40대는 다른 어느 세대보다 내적 몸살을 심하게 앓고 있었지만 미래에 대한 희망의 끈만은 결코 놓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인생 후반부'로 접어든 40대는 가치관의 방향타를 보수로 돌리며 기성의 질서로 편입해가고 있었다.


나라 경제와 장래를 걱정하고 개인적으론 아들 딸들의 내일을 고민했다.


아래위 세대보다 경제·사회적으로 안정돼 있지만,다가올 미래는 가장 불안하게 받아들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40대는 지난 인생을 '이만하면 성공적'(54.8%)이라고 자위하며 '다음 세대는 우리보다 잘살 것'(58.6%)이라는 믿음도 버리지 않고 있었다.


조사 결과 한국의 40대는 2030세대에 비해 확연히 보수적이었다.


절반 이상인 52.7%가 스스로를 보수라고 자평했고 국가보안법 폐지에 대해서는 반대(18.0%)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았다.


행정수도 이전에 대해서도 반대(54.3%)가 찬성(38.2%)을 앞질렀다.


이번 조사에서 40대의 80.3%가 '현 정부의 국정운영에 만족하지 않는다'고 답해 어느 세대보다 높은 불만을 드러냈다.


참여정부 탄생에 적지 않은 역할을 했던 40대가 지금은 가장 비판적인 시각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또 전 세대 중 가장 높은 85.7%의 응답비율로 현 경제상황을 위기로 인식했다.


숙명여대 이남영 교수(정치외교학)는 "고민하고 흔들리는 40대라는 점이 드러났다.


이들 세대가 사회의 중추로서 보다 안정될 수 있도록 정치가 실용적으로 움직이고 그에 걸맞은 국가사회 비전이 제시되어야 한다"고 진단했다.


김혜수 기자 dears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