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마흔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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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흔살이란? '예기(禮記) 곡례상편(曲禮上篇)'엔 '스무살은 약(弱)이라 하여 성인식을 하고,서른살은 장(壯)이라 하여 아내를 맞고,마흔살은 강(强)이라 하여 벼슬에 나아가는 나이'라고 돼 있다.
공자에 따르면 유혹에 빠지지 않는 불혹(不惑)의 나이(논어 위정편)요,링컨에 의하면 자기 얼굴에 책임을 져야 하는 나이다.
마흔살이 주는 느낌과 무게는 동서고금 모두 같은 것인가.
올해 마흔살이 된 할리우드의 톱스타 브래드 피트는 지난 5월 영화 '트로이' 개봉에 앞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무사히 마흔이 돼 정말 기쁘다.
나도 이제 연륜이나 삶의 지혜에 대해 말할 수 있을 테니까"라고 털어놨다.
마흔은 이런 나이다.
고민하고 방황하던 10대,불확실한 장래에 대한 두려움으로 혼란스럽던 20대,사느라 정신없던 30대를 구비구비 지나 마흔이 되면 인생의 목적과 삶의 보람,현실과 이상의 차이를 깨닫게 된다.
주름살은 늘고,군살도 붙지만 사물의 밝고 어두운 면을 함께 볼 줄 알고,사람과 세상의 이치도 안다.
부모나 주위의 영향을 벗어나 스스로 일궈온 삶이 빛을 발하는 시기인 만큼 인생에 대한 책임감으로 삶에 충실해지고,베풀고 나누는 일의 중요함도 터득한다.
마흔살은 또한 인생의 중요한 단락이자 커다란 전환점이기도 하다.
마흔이란 분수령을 넘기면서 새로운 일에 도전,큰 업적을 남기는 이들도 많다.
박완서씨는 마흔에 '나목(裸木)'이 장편 공모에 당선돼 등단한 뒤 '엄마의 말뚝' '그해 겨울은 따뜻했네'등 빛나는 작품으로 한국문학사에 우뚝 섰고,영국의 신학자 프리스틀리는 마흔 넘어 혼자 화학을 공부해 산소를 발견했다.
멘델이 완두콩 연구를 통해 유전법칙을 발견한 것도 마흔한살 때였다.
마흔살은 인생의 절정이자 더더욱 보람되고 충만된 내일을 위한 재출발과 도약의 나이다.
한국경제신문이 12일로 마흔살이 됐다.
뿌리깊은 나무는 바람에 흔들리지 않는다. 1964년 경제불모지 이 땅에 태어나 한국경제의 영광과 고난을 함께 해온 한국경제신문은 마흔살을 기점으로 보다 알찬 모습으로 거듭날 것이다.
박성희 논설위원 psh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