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시장이 침체장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지만 5억원 이상을 보유한 '거부(巨富)'들에게 부동산은 여전히 1순위 관심대상이다. 한국 부자들의 경우 전체 재산의 80% 가량을 부동산으로 보유한 사람이 대부분이라는 점이 부동산에 대한 관심을 방증한다. 상당수 부동산 전문가들은 4분기 부동산시장 향방에 대해 '연말까지 하락,내년 이후 보합'으로 의견을 모았다. ◆시장전망 응답자에 따라 시기적인 의견차가 있었으나 골자는'단기=하락세,장기=보합세'로 모아졌다. 즉 올 연말까지는 추가 하락이 불가피하고 내년부터는 반등을 이끌 만한 호재가 없는 한 당분간 하향 안정 또는 보합세를 유지할 것이란 전망이다. 고종완 RE멤버스 대표는 "4분기 중 매수세를 일으킬 만한 변수가 없어 거래량 감소 및 가격 하락세가 뚜렷할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거래 및 보유를 제한하는 정부정책, 경기흐름,수급여건,투자심리 등 여러 변수를 종합 분석하면 내년까지는 급등도 급락도 없는 말 그대로 하향안정세가 나타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곽창석 부동산퍼스트 이사도 "앞으로 3년 동안 시장이 침체를 면치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곽이사는 수급 상황을 중요한 침체 변수로 꼽았다. 그는 "지난 2년간 30만가구가 과잉 공급돼 이 물량이 완전 해소되려면 적어도 2∼3년이라는 기간이 필요하다"며 "오는 2007년까지는 아파트를 투자상품으로 보지 않아도 될 만큼 메리트가 예전 같지 않다"고 말했다. 단 올해 들어 신규 공급이 격감하고 있는 만큼 올해 분양된 아파트가 입주를 시작하는 2007년 이후에는 상황이 바뀔 수 있다는 예상이다. 김성식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도 수급 불균형을 중요한 하락 변수로 꼽았다. 김 연구위원은 "통계에 잡히지 않는 다가구주택과 주거용 오피스텔까지 합하면 지난 2년간 1백70만가구 정도가 과잉 공급됐다"며 "지금은 심각한 공급과잉에 따른 부동산 대세 하락의 초기에 불과하며 앞으로 가격 하락세가 더욱 뚜렷해질 것"으로 내다봤다. ◆투자유망 상품은 부동산 전문가들은 '토지'와 '신규분양 아파트'를 주목할 만한 종목으로 가장 많이 꼽았다. 토지의 경우 행정수도 이전지 주변이 여전히 높은 지명도를 보였으며,신규분양 아파트는 내년부터 실시될 원가연동제가 적용되는 택지개발지구 중소형 아파트가 주로 거론됐다. 진명기 JMK플래닝 사장은 "호재가 확실한 지역의 토지가 유망하다"고 권하며 "국가적 차원의 개발계획이 있고 인구수요가 많은 지역의 토지에 선별 투자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진 사장은 특히 "모든 토지가 다 투자하기 좋은 게 아니다"고 강조하고 "주택에 비해 거래가 많이 되고 시세 변동이 빠른 것은 사실이지만 특별히 시기에 쫓겨 투자할 종목은 아니다"며 보수적인 투자 패턴을 유지할 것을 주문했다. 임달호 현도컨설팅 사장 역시 "주택과 달리 토지는 당분간 강세를 유지할 것"이라고 보면서 "여유자금이 있고 장기투자도 상관없다면 도로 개통 예정지나 행정수도 주변 지역을 중심으로 투자에 나설 만하다"고 말했다. 신규분양 아파트를 꼽는 이들은 분양원가 연동제를 가장 큰 호재로 꼽았다. 김성식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서울 뉴타운과 판교 및 동탄신도시 등 분양원가 연동제가 적용되는 택지지구 내 아파트는 20∼30%의 분양가 인하 효과가 있는 데다 입지여건도 탁월하다"고 말했다. 고종완 RE멤버스 대표도 "분당 일산 등 제1기 신도시에 투자해 성공한 사람이 많다"며 "판교 동탄 김포 파주 등 제2기 신도시를 겨냥,내집마련과 시세차익을 한꺼번에 취하는 것도 손색없는 투자"라고 밝혔다. 송종현 기자 screa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