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경쟁력을 높이자] <7> 국가혁신 역량..스웨덴 IT 메카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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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웨덴의 에릭슨,핀란드의 노키아,네덜란드의 필립스.모두 우리에게 잘 알려진 세계 전자통신 업계의 선두주자들이다.
전자통신 기업은 기술력의 뒷받침 없이는 성장할 수도 생존할 수도 없다.
이들은 글로벌 기업이긴 하지만 뿌리를 그들의 모국에 두고 있다.
그렇다면 스웨덴 핀란드 네덜란드의 기술력이 이들 통신업계의 거목들을 키우는데 충분할 정도로 강하다는 얘기 아닌가.
우선 국민소득 대비 연구개발(R&D)지출 비중을 보자.2002년 현재 스웨덴은 4.3%,핀란드는 3.5%로 이스라엘의 4.8%에 이어 세계 최고 수준이다.
네덜란드의 경우 R&D예산 비중은 GDP(국내총샌산)의 2.1%로 상대적으로 낮지만 "선택과 집중"원리로 정보통신 분야에 R&D지출의 절반을 투입한다.
스웨덴과 핀란드는 R&D 예산을 효율적으로 쓰기로도 유명하다.
핀란드는 국가기술청(TEKES)이 철저한 성과주의에 따라 기업들에 연구비를 나눠준다.
때문에 좋은 성과가 나올 경우 원칙적으로 지원을 받은 기업에 특허권을 인정해 준다.
그 결과 연간 2천5백여건의 특허가 출원되고 이중 절반이 특허를 획득한다.
핀란드경제연구소의 A.D.카발호 박사는 "핀란드에 노키아 같은 첨단기술 기업이 탄생할 수 있었던 건 정부가 기술개발 여건을 잘 조성했고 이공계 우수 인력이 준비돼 있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핀란드 기술 인력은 기술계 전문학교와 대학에서 주로 양성된다.
노키아의 테자 스요스테트 인력담당역은 "핀란드의 교육이 우수한 기술 인력을 공급해 줬기 때문에 노키아가 92년에 펄프·고무 업종에서 정보통신 업종으로 구조조정하는 데 성공할 수 있었다"고 설명한다.
스웨덴과 핀란드는 또 산·학·연의 효율적 연계와 신기술의 상업화를 쉽게 하는 제도적 장치를 갖고 있다.
'사이언스 파크'가 그것이다.
스웨덴의 시스타 사이언스 파크,핀란드의 울루 사이언스 파크와 오타니에미 사이언스 파크 등이 대표적이다.
이들 파크는 연구,인큐베이터,금융·법률자문,파트너 연결기능 등을 복합적으로 갖고 있다.
이를 위해 연구소 대학 기업 법률자문·컨설팅사들이 함께 입주해 있다.
이들 파크의 조성은 민간 기업들이 주도했다.
시스타 사이언스 파크는 에릭슨사가 스톡홀름시의 협조를 얻어 단독으로 조성했다.
오타니에미 파크는 한 대학 교수의 제안으로 시작해 노키아 등 여러 기업이 주주로 참여해 운영 관리하고 있다.
시스타 사이언스 파크가 스웨덴 정보통신산업의 메카가 된 것은 전적으로 에릭슨의 기술력과 노력 때문이다.
에릭슨과 연관된 기업들이 이 단지에 입주함으로써 시너지 효과가 극대화됐다.
특히 초기에 IBM이 참여한 게 정보통신 관련 기업들을 이 파크에 끌어들이는 데 크게 기여했다.
핀란드는 정부의 산업정책 전환이 사이언스 파크 성장의 여건을 조성했다.
핀란드 정부는 90년대 초 산업정책을 산업별 접근방식에서 기술을 중심으로 한 클러스터 접근방식으로 전환했다.
특히 정보통신 클러스터를 전략부문으로 선정하고 이 부문을 집중 육성했다.
오타니에미 사이언스 파크를 운영·관리하고 있는 투오마스 마이살라 자문역은 "이 파크엔 주로 정보통신기술 관련 기업들이 입주해 있다"며 "최근엔 생명공학기술 관련 기업들의 입주가 늘고 있다"고 밝혔다.
이 파크 내에서 활동하고 있는 연구소 기업들에 대한 최대 지원 기관은 국가기술청과 국가연구개발기금(SITRA)이다.
국가연구개발기금은 핀란드 독립 50주년을 기념해 1967년 핀란드 중앙은행에 설립된 기금으로 1991년 의회 산하로 이전됐다.
핀란드는 오는 2010년까지 세계 3대 성공국가의 반열에 오르겠다는 '2015 프로젝트'에 따라 작년에만 1백12개 벤처기업에 1천8백억원을 투자했다.
이처럼 강력한 지원으로 오타니에미 사이언스 파크에서 산·학·연 연계는 더욱 효율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특히 기술 아이디어를 사업화하는 인큐베이션 과정에 패스트 트랙(Fast Track)제도를 도입해 인큐베이션 기간을 단축하는 성과를 거두고 있다.
이 제도는 인큐베이터에 들어온 기술을 완성하고 상업화하는 데 필요한 기술자와 금융·경영 전문가를 기업과 연구소에 집중 지원하는 것이다.
정보통신 기술의 변화 속도가 워낙 빠르기 때문에 기술개발에서 상업화까지의 기간을 최대한 줄이기 위한 묘책인 셈이다.
스톡홀름·헬싱키=김광두 서강대 교수
국가경쟁력연구원장 kinc@mail.sogang.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