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경제학계에서는 최근 격렬한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국유(국가소유) 재산 민영화'가 주제다. 홍콩중문대학의 랑시엔핑 교수가 논쟁의 시발점이다. 그는 최근 상하이 푸단대학 특강을 통해 '민영기업의 대부'로 알려진 커린커얼그룹 구추쥔 회장을 정면 공격했다. "구 회장은 지난 2002년 이후 유명 가전업체인 커룽 등 4개 국유기업 상장회사를 손에 넣었다. 이들 기업의 총 장부매입가는 41억위안(1위안=1백50원)이다. 그러나 구 회장이 실제 지불한 돈은 단지 3억위안에 불과하다. 회계조작을 통해 자산가치를 떨어뜨려 헐값에 인수했다. 국가재산이 무단 유출된 것이다." 중국의 대표적인 민영기업인 하이얼의 장루이민 회장,최대 IT분야 민영기업인 TCL의 리둥셩 회장 등이 비슷한 이유로 랑 교수의 공격을 맞았다. 민영기업은 국가 재산을 헐값으로 사들여 쉽게 돈을 번 조직일 뿐이라는 게 그의 주장이다. 랑 교수의 주장은 대중들의 지지를 얻었다. 포털사이트 신랑왕의 조사 결과 8만6천2백명의 응답자중 90.7%가 '랑 교수의 지적이 적절하다'고 대답했다. '국유재산 빼돌리기'에 대한 반발이다. 이같은 분위기가 형성되자 저우치런 베이징대 경제학과 교수 등 주류 경제학자들이 반격에 나섰다. 이들은 "국가가 기업을 지배,기업부실을 낳았던 과거로 돌아가자는 말이냐"며 "국유기업 민영화는 거스를 수 없는 대세"라고 반박했다. 랑 교수가 주류파 경제학자들의 공격을 받자 이번에는 소장파 경제학자들 10명이 랑 교수의 입장을 지지한다고 공식 선언했다. 무분별한 민영화에 따른 국부 유출과 민영화 과정에서의 모럴해저드 등의 지적은 적절하다는 주장이었다. 학계는 곧 '랑 교수 지지파'와 랑 교수에 반대하는 '주류파'가 벌이는 논쟁에 휘말렸다. 오랜만에 보는 뜨거운 논쟁이라는 게 학자들의 중론이다. 중국 언론은 "결과가 어떻든 이 논쟁은 잘못된 중국 국유기업 개혁을 바로잡는 계기로 작용할 것"으로 보고 있다. 중국 학계에 토론의 문화가 살아있다는 얘기다. 상하이=한우덕 특파원 woody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