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남종화풍의 정수를 본다.. 현재 심사정대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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겸재(謙齋) 정선,관아재(觀我齋) 조영석과 더불어 조선시대 '3재(齋)'로 평가받는 현재(玄齋) 심사정(1707~1769)의 회화세계를 조명하는 '현재 대전(大展)'이 오는 17일부터 서울 성북동 간송미술관에서 열린다.
현재가 작고 1년 전 제작한 걸작으로 평가받는 '촉잔도(蜀棧圖)' 등 1백여점이 출품된다.
현재에 대해서는 1974년 간송미술관이 1층에서 소규모 기획전을 마련한 적이 있다.
이번 전시에 '대전'이란 용어를 붙인 것은 현재에 대해 본격적으로 조명해 보겠다는 간송미술관측의 의지가 담겨 있다.
현재는 산수화에 뛰어났지만 그에 대한 미술사적 기록이 별로 남아 있지 않은 인물이었다.
영조의 총애를 받았던 스승 겸재나 겸재의 후배인 관아재가 당시 '잘나가는 화가'였던 반면 현재는 '역적의 후손'으로 찍혀 대인 기피증까지 갖게 돼 숨어 지낸 처지였다.
하지만 이러한 정치적 역경이 오히려 현재로 하여금 그림에만 몰두,'조선 남종화풍'을 집대성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었다는 게 최완수 간송미술관 연구실장의 주장이다.
겸재는 진경산수를 창안하고 관아재는 풍속화풍을 창시한 반면 제자 현재는 진경산수화와 다른 길을 걸었다.
최 실장은 "당시 조선이 성리학을 기반으로 조선 고유색을 드러낼 때 현재는 중국의 남종문인화풍을 받아들여 이를 철저하게 소화함으로써 진경문화의 폭을 넓혔다"고 설명한다.
현재의 작품세계는 표암 강세황과 추사 김정희에게 큰 영향을 미쳤다.
이번 전시는 간송미술관 소장품을 통해 현재의 조선남종화 세계를 총체적으로 이해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8m가 넘는 대작인 '촉잔도'는 현재가 중국의 역대 화풍(12준법)을 총동원해 그린 역작이다.
이 작품은 간송 전형필이 1936년께 서울에서 5천원에 구입한 후 정밀 복원을 위해 일본 교토에 보내 6천원을 주고 재생했다고 한다.
당시 서울에서 수십 칸짜리 큰 기와집 한 채 가격이 1천원이었으니 간송이 들인 노력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다.
31일까지.(02)762-0442
이성구 미술전문기자 sk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