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투자회사에 대한 정부의 '4단계 평가제' 도입에 대해 해당 업계가 바짝 긴장하고 있다. 일부 창투사들의 부실 및 비리 관련 파문 등으로 업계 내부에서도 옥석을 가리는 조치가 필요하다는 점에 동의하고 있지만 이번 조치로 상당수 창투사들이 사실상 퇴출되지 않을까 우려의 눈길을 보내고 있다. ◆왜 도입하나=이번 중기청의 평가모델 도입은 직접적으로는 지난 5월 창투사 경영 및 투자 정보를 공개하라는 감사원측의 요구에 따른 것이다. 감사원은 최근 벤처기업 직접투자 실태에 대한 감사를 벌여 불법 주식거래에 정책자금을 유용한 창투사등 4곳의 회사 등록을 취소하고 관련자 14명을 검찰에 고발 조치했다. 이의 후속조치로 중기청은 창투사에 대한 등급제를 통해 우량 창투사와 제 역할을 못하는 창투사를 구분,투자조합 출자자 등에게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기로 한것이다. 이에따라 낮은 등급이 매겨진 창투사들은 정부 지원을 못받는 것은 물론 자체 펀드(투자조합)결성도 힘들어져 결과적으로 고사 위기에 몰릴 수밖에 없게 됐다. 중기청은 이와 함께 이번 평가모델 도입과 함께 창투사의 투자현황을 포함한 기업 경영전반을 은행 증권사 등 금융회사처럼 일반인에게 보고하는 공시의무제도 도입을 추진중이다. ◆창투사 현황=창투사는 지난 98년까지만 해도 72개 수준에 머물렀다. 하지만 99년부터 본격화된 벤처 붐을 타고 우후죽순처럼 생겨나기 시작,2000년에는 1백47개로 2배이상 급증했다. 하지만 벤처 붐이 시들해진 2001년부터 감소세로 반전해 금년 9월말에는 1백7개로 줄었다. 하지만 투자의 자금줄 역할을 할 벤처펀드(창업투자조합) 결성이 쉽지 않은데다 조합을 결성해도 위험부담이 큰 초기 벤처기업에 대한 투자를 기피해 일부 창투사를 제외하곤 투자가 얼어붙어 있는 상황이다. 현재 창투업체들 가운데 한국기술투자 스틱IT 우리기술투자 등 업계 선두권 업체(국내 최대 벤처캐피털인 KTB네트워크는 신기술금융회사임)를 제외하고는 정상적인 투자를 못하는 기업들이 많은 실정이다. 게다가 코스닥등록요건 강화 등으로 기존 투자금의 회수도 쉽지 않아 진퇴양난에 처한 창투사들이 상당수에 이른다. ◆파장=창투사 업계는 이번 조치에 대해 일단 수용하는 분위기다. 평가모델 도입과정에서 업계 의견을 수렴했고 창투사 내부에서도 특단의 대책을 마련하지 않으면 업계 전체가 자멸할 수도 있다는 위기감이 팽배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일부 창투사들은 이번 조치가 정부의 업계 장악 의도를 나타낸 것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창투사에 대한 평가제 도입시 여태까지 관행으로 자리잡았던 정부의 창투사에 대한 '나눠주기식'의 지원은 힘들어지게 된다. 따라서 낮은 등급의 부실 창투사는 당장 내년부터 큰 어려움에 부딪힐 전망이다. 부실 창투사로 낙인 찍힐 경우 현재같은 시장상황에선 장기적인 투자 재원을 구하기 힘들어 결국 자연스럽게 시장에서 퇴출될 수밖에 없게 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임상택 기자 lim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