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년동안 대부분 경제부처들의 규제건수가 되레 증가했다는 것은 그동안 기업관련 규제를 완화하겠다고 말해왔던 정부의 의지를 의심케 하기에 충분하다. 작년말 기준으로 건설교통부 노동부 등 13개 경제부처 중 11개 부처에서 규제가 늘었고,총 규제건수도 5천9백59건으로 1년 전보다 1백12건이나 많은 것으로 재경부 국감자료에서 드러났다. 이쯤되면 기업들이 느끼는 규제개혁 체감도가 어떠하리라는 것은 예상하고도 남을 일이다. 실제로 전국경제인연합회가 발표한 정부의 규제개혁 체감도 조사를 보면 3백60개 회원사 가운데 83.1%가 부정적인 대답을 내놨다. 이런 부정적 인식은 핵심·중복규제 개혁은 미비하고 신설 또는 강화된 규제는 크게 증가한 탓이라고 한다. 정부가 규제개혁을 강조하고 있지만 그 성과는 여전히 미진하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는 셈이다. 왜 그런지 그 이유를 짐작하기란 그리 어렵지 않다. 기업활동의 발목을 잡는 핵심 규제들은 그대로 놔두거나 기회만 있으면 적당한 명분을 찾아 신설하는 가운데 서류 간소화 등 지엽적인 사안이나 건수 중심의 규제완화에 매달리는 등 규제개혁의 변죽만 울려왔기 때문이다. 그러니 과거의 전철이 계속 되풀이될 수밖에 없는 것이고 규제 때문에 기업하기 어렵다는 얘기들이 끊이지 않고 있는 것이다. 정부가 규제개혁기획단을 설치하고 민간기업 실무자들까지 참여시키는 등 규제개혁 의지를 내보이고 있고,국회 역시 규제개혁특위를 통해 적극 추진하겠다고 하지만 소기의 성과를 거두려면 근본적인 발상의 전환이 우선이다. 모든 규제의 필요성과 타당성을 원점에서 재검토,시장경제 원리에 반하는 규제는 과감하게 철폐한다는 자세가 돼야 한다. 말로만 '수요자 위주'를 떠들 게 아니라 철저하게 수요자 입장에서 규제 대상도 선정하고 우선순위도 결정할 수 있어야 함은 물론이다. 규제개혁의 방법론도 실효성을 전제로 다시 생각해 볼 일이다. 규제개혁 대상 분야가 정해지면 그 분야와 관련된 수십가지 규제를 한꺼번에 푸는'덩어리 규제 해소'가 돼야지 그렇지 않으면 수요자들이 규제개혁을 체감하기란 사실상 어려운 현실이기 때문이다. 여러 부처에 걸쳐 있는 중복규제는 한 부처로 통합관리하는 등 일괄정리가 필요하다. 정부와 여당의 규제개혁에 대한 인식공유도 시급하다. 한쪽에선 규제를 풀자고 하는데 다른 한쪽에선 참여정부의 철학이나 정체성 등과 어긋난다며 제동을 건다면 규제개혁이 성공할리 만무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