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기업들이 경제전망에 대한 불확실성 등으로 인해 막대한 현금을 쌓아 두고도 투자를 기피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1일 보도했다. WSJ는 미 의회가 특별 세액공제 법안까지 마련했음에도 불구하고 기업들이 최근 2년간 이익이 증가하고 현금보유가 늘어나는 만큼 투자를 확대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통상 미국 기업들이 차입금을 써서 벌어들인 돈 이상으로 투자를 하는 것을 감안하면 이 같은 태도는 이례적이라는 분석이다. 미 상무부 통계에 따르면 지난 6월30일 현재 농업과 금융업을 제외한 미국 기업들의 유동자산은 1조2천7백억달러로 2년 전에 비해 3천억달러나 증가했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기업보유 현금비율도 10.9%로,1959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클리블랜드주의 모션장비 제조회사인 파커 하니핀의 경우 이전 경기회복기 땐 자본지출이 매출의 4.5∼5%가량을 차지했지만 최근 회계연도 땐 이 비율이 2∼3.5%로 떨어졌다. 현금이 남아돌아도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한 기업들은 자사주 매입 등 주주들에게 이익을 돌려주는 데 사용하고 있다. 네트워크 장비 업체 시스코시스템스는 지난 5,6월 6개 기업을 인수하는 데 3억5천만달러를 쓴 반면 자사주 매입에는 20억달러나 투입했다. 이 기업은 자사주매입 후에도 2분기 현금 및 유동자산이 무려 1백93억달러에 달했다. 그레고리 맨큐 백악관 경제자문회의 의장은 최근 "기업투자가 기대만큼 증대되지 않고 있다"면서 "테러,기업 회계 스캔들,유가 등과 관련된 불확실성이 기업들의 투자심리를 위축시키는 주된 요인"이라고 풀이했다. 에리카 그로셴 뉴욕연방준비은행 이코노미스트는 "미국 기업들은 대개 차입금으로 투자를 하지만 지금은 돈을 쌓아 두고도 투자를 기피하는 실정"이라며 "이는 기업들이 국내외를 막론하고 투자와 고용에 신중을 기하고 있음을 시사한다"고 말했다. 박성완 기자 ps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