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지역에서 아파트값 추가 하락의 징후가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다. 재건축아파트의 가격 하락에도 꿋꿋이 버텨오던 강남권 새 아파트값도 지난주를 고비로 하락세가 뚜렷해지고 있다. 연체비율이 늘면서 은행이 주택담보대출 회수를 위해 잡아둔 부동산을 법원경매에 넘기는 물량도 증가하고 있어 기존 아파트 가격 하락 압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여기에다 "역전세란"으로 전셋값이 크게 하락하면서 매매값 대비 전셋값 비율(전세가율)도 큰 폭으로 낮아지고 있어 집값의 추가하락 여지가 있다는 분석이다. 부동산·금융 투자전문 컨설팅업체인 BIBR In Labs의 신동준 이사는 "역전세난으로 전셋값이 떨어지면 매매값도 하락하는게 지금까지 주택시장의 큰 흐름이었다"며 "금융권 대출금을 갚지 못해 경매물건이 늘어나고 입주물량이 집중되는 연말께 큰 폭의 집값 하락이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강남 새 아파트도 가격하락 대열에 합류 부동산정보업체인 부동산114에 따르면 지난주(10월4~10일) 서울지역 매매값 변동률은 -0.09%를 기록했다. 강남구가 -0.32%로 가장 큰 폭으로 하락하는 등 전반적인 약세를 면치 못했다. 특히 강남권에선 새 아파트까지 가격하락 대열에 합류,본격적인 가격조정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실제로 강남 도곡동 삼성래미안 24평형은 4천5백만원 떨어진 5억5백만원에서 호가가 형성됐다. 또 이달부터 입주가 시작된 송파구 문정동 삼성래미안도 평형별로 1천만~2천5백만원의 가격 하락세 속에 매물이 늘고 있어 가격 조정국면에 접어드는 양상이다. ◆대출금 연체에 따른 경매물건 늘어 은행들이 대출금 회수를 위해 담보로 잡아둔 부동산을 경매에 붙이는 건수도 크게 늘고 있다. 경매 주택의 증가는 기존 아파트값을 끌어내리는 요인으로 작용하게 된다. 외환·신한·기업·부산·광주은행과 수협 등 6개 금융기관이 경매 처분한 부동산 건수는 △2001년 9백80건 △2002년 1천1백32건 △2003년 2천7건 △2004년 8월 말 현재 2천2백42건 등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추세다. 지난 10일 국내 17개 은행이 이종구 한나라당 의원에게 제출한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8월 말 현재 이들 은행의 주택담보대출 연체율은 1.52%에 달한다. 이들 은행의 주택담보대출 연체율은 2001년 0.42%에서 2002년 0.99%,2003년 1.49% 등으로 빠른 속도로 상승하고 있다. 연체금액도 2001년 1천9백37억원에서 2004년 8월에는 1조7천1백39억원으로 3년 새 10배 가까이 늘었다. ◆전세가율 계속 낮아져 부동산 전문가들은 "지금까지 국내 주택시장에서는 매매값 대비 전셋값 비율을 보면 시장의 바닥을 가늠할수 있었다"며 "올들어 전셋값이 지속적으로 떨어지면서 전세가율이 계속 낮아지고 있어 매매값의 추가 하락 가능성이 높다"고 점쳤다. BIBR In Labs의 신동준 이사는 "전세가율만 낮아지고 있다는 얘기는 전셋값의 하락에도 불구하고 매매값은 아직 그에 맞춰 떨어지지 않았다는 것이기 때문에 매매값의 추가하락이 예상되는 것"이라며 "따라서 현재의 집값이 바닥이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현재 양천구의 전세가율은 41.79%,분당지역은 39.99%를 각각 기록하고 있다. 평형별로는 양천구 20평형 이하가 39.60%,분당이 무려 51.31%로 여전히 높다. 40평형 이상 평형도 대부분 40%를 넘어서고 있다. 따라서 앞으로 전세가율이 더 하락한 뒤에야 집값이 바닥이 도달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내년 입주물량도 압박요인 내년부터 서울지역에서 쏟아질 입주물량도 기존 아파트 가격의 추가하락을 부추기는 압박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실제로 올 상반기부터 나타난 역전세난도 사실 지난 2000년 말 공급된 아파트의 입주시기와 맞물리면서 비롯됐다. 따라서 지난 2001년부터 2003년까지 3년간 집중적으로 분양된 6천2백여가구(일반청약 가구수 기준)의 아파트가 내년부터 한꺼번에 입주를 시작하면서 기존 아파트의 매매값과 전셋값을 다시 한번 끌어내릴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김동민 기자 gmkd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