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 당진군 한보철강 당진제철소.지난 97년 부도 이후 8년 가까이 표류해 온 이 제철소가 12일 새 주인을 맞아 부푼 희망을 안고 새 출발에 나섰다. 1백41만평의 매립지에 건설된 당진공장에서 더 이상 '부실'의 흔적은 찾을 수 없다. 말끔히 단장된 제철소 내 도로와 공장 도색 등 철을 뿜어내는 웅장한 제철소 면모는 준공 당시와 다를 게 없다. 특히 공사중단으로 시뻘겋게 녹슬었던 B지구의 제2열연공장과 냉연공장 설비는 은색으로 깨끗하게 도색돼 당장이라도 강판이 쏟아져 나올 것 같다. 공장 곳곳에는 새 주인을 알리는 'INI스틸'과 '현대하이스코'라는 이름이 새겨져 있다. 설비관리팀의 한기찬 부장은 "5년 넘게 멈춰섰던 설비에 다시금 생명을 불어넣을 수 있게돼 눈물이 날 지경"이라고 말했다. B지구 항만은 오는 2006년 본격적인 열연생산을 앞두고 부두건설 기초공사가 한창이다. 2천7백80t짜리 거대한 케이스블록이 항만을 매립하기 위해 차곡차곡 쌓여지고 있었다. 5만t 규모로 건설되는 항만은 향후 B지구 내 고로 등 제선공정이 들어설 경우 20만t까지 확장될 예정이다. 제철소 내 전력을 공급하게 되는 34만5천V(볼트)급 발전소도 힘찬 가동을 시작했다. 새로 본관건물이 들어설 A지구 철근공장 인근부지도 기초공사에 들어갔다. 김무일 INI스틸 부회장은 이날 INI스틸-하이스코 컨소시엄의 한보철강 인수합병식에서 "당진공장이 외환위기의 주범이라는 오명을 씻고 국가경제에 이바지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INI스틸은 A지구 제1열연공장을 내년 7월에,B지구 제2열연공장은 오는 2006년 8월에 가동할 예정이다. 이렇게 되면 당진제철소 조강생산량은 현재 1백20만t에서 7백만t으로 6배 가까이 늘어나게 된다. 회사측은 연간 5백만t 가까이 부족한 핫코일의 수입을 대체,막대한 외화도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를 위해 INI스틸은 내년까지 총 4천8백억원을 투입할 방침이다. 7백여명 수준인 인력도 2년 내 3천5백명 이상으로 늘어나게 된다. INI스틸은 이미 지난 97년 부도와 함께 당진을 떠났던 한보철강 직원을 다시 채용하기 시작했다. 매출 규모도 올해 7천8백억원 수준에서 2006년말부터는 연간 2조5천억원이상으로 3배 이상 증가할 전망이다. 당진공장 인근상가에서 만난 지역 주민들도 환한 표정으로 이날 인수합병식을 환영했다. 한보철강 정상화는 부실기업의 회생과 함께 외환위기의 단초를 제공한 기업의 멍에에서 벗어난다는 의미도 있다. 공교롭게도 아산만을 사이에 두고 한보철강 맞은 편에 위치한 기아차 화성공장도 지난 98년 현대차 그룹이 인수한 첫 해 1천3백80억원의 흑자를 내며 정상화에 성공했다. 한보철강도 새 주인을 맞은 첫해인 올해 1천억원 이상의 흑자를 낼 전망이다. 김 부회장은 "정몽구 현대·기아자동차 회장이 늘 강조해온 '일근천하무난사(一勤天下無難事·오직 근면 성실하고 부지런하면 세상만사 어려움이 없으리라)'를 원칙삼아 경영정상화에 매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당진=이심기 기자 s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