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이란 무엇인가. 간단히 정의하면 갖고 있는 자원(resource)으로 최대한의 성과(performance)를 올리는 노력과 방법론을 뜻한다. 이 정의에 따르면 자원이 많고 적고는 중요하긴 하지만 결정적인 것은 아니다. 적은 자원으로도 경영을 잘하면 성과는 극대화되고,많은 자원도 가공하지 못하면 성과는 부진할 수밖에 없다. 지난 '국민의정부'가 새로운 성장의 원천으로 내세운 화두는 '지식'이었다. 그러나 5년의 결과는 어떤가. 신용불량자 5백만명,실업자 80만명으로 대표되는 저성장 시대로 추락했다. 물론 경제가 엉망이 된 책임을 정부에만 돌릴 수는 없다. '지식'이라는 멋진 화두가 오히려 저성장을 불러왔다는 것도 논리적 비약일 수 있다. 분명한 것은 방향을 잘못 잡았기 때문에 우리 경제가 가진 잠재력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했다는 사실이다. 결론부터 당겨 말하면 지식은 결코 성장의 원천이 될 수 없다. 지식은 자원이요 재료일 뿐이다. 그것을 새로운 상품으로 만들어내고,새로운 서비스로 개발하는 노력이 없으면 아무런 성과를 창출할 수 없다. 새로운 제품,새로운 서비스를 만들어 내는 작업이 무엇인가. 그것이 바로 혁신(innovation)이다. 학생으로 비유하면 좋은 대학을 나오고 두세개 외국어 구사 능력을 갖는 것이 자원이요 지식이다. 이런 자원을 바탕으로 자신을 제대로 '팔아' 원하는 회사에 합격하는 것이 혁신이라고 할 수 있다. 생산의 3요소인 토지 노동 자본 위에 이제는 지식이 중요해지는 지식기반경제로 세계가 바뀐 것은 분명하다. 회사의 경쟁력을 좌우하는 요소에 창의적이고 능력 있는 인재들과 그들의 지식이 자리를 잡은 것도 맞다. 그러나 지식이 국가의 비전,기업의 목표가 되기엔 역부족이다. 지식은 기본적으로 자원지향적(resource-oriented)이다. 이에 비해 혁신은 실행지향적(action-oriented)이다. 지식은 또 구성원 개개인의 노하우와 경험,학습내용 등을 회사의 지식으로 만드는 작업이 중심이어서 내부지향적이다. 반면 혁신은 새로운 시장,새로운 기회를 찾는 작업이기 때문에 외부지향적이라고 할 수 있다. 사실 우리나라가 지난 40여년 성장과정에서 해온 그 자체가 바로 지식경제의 역사인 것이다. 선진국에서 온 감독관에게 눈치보며 배우고,들여온 기계를 뜯어 새 기계를 만들어내고,근로자들을 훈련시켜 새 기술을 익히게 하고 한 것들이 모두 '지식'을 쌓기 위한 노력이었다. 선진국 문턱에 선 90년대 이후엔 이제 선진국들은 한국에 '지식'을 전해주지 않는다. 이미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같은 초일류기업들은 배울 것도,모방할 대상도 없다. 그래서 스스로 새 기술과 새 지식을 개발해 익히고 기존의 지식을 응용한 새로운 제품과 서비스를 만들어내는 혁신으로 승부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유럽연합(EU)의 혁신연구체인 '혁신을 위한 파트너(Partners for innovation)'가 지난해 내놓은 보고서는 큰 의미를 갖는다. 여기서 소개된 새로운 GDP(국내총생산)공식은 바로 'GDP=지식×혁신'이라는 내용이다. 지식과 혁신을 동시에 발전시켜야 선진국이 될 수 있음을 이 공식에서 알 수 있다. 정부가 목을 매고 있는 국민소득 2만달러를 조기 달성하는 방향도 분명해진다. 지금까지 축적해온 지식을 갖고 세계 시장에서 통하는 혁신 제품을 많이 만들어내는 것이다. 나라 경영도 자원을 갖고 최대한의 성과를 내는 일이다. 그런 점에서 정부가 세운 '혁신주도형 경제건설'이라는 목표는 방향을 제대로 잡은 것이다. '혁신 강국'이라는 비전으로 구체화시켜 지식의 한계를 넘어서는 도약이 필요한 시점이다. 한경 가치혁신연구소장 yskw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