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후진타오 14일 베이징 회동.. 러-중 '송유관 외교' 열매맺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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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의 초청으로 오는 14-16일 중국을 방문한다.
수교 55주년을 맞는 양국의 베이징 정상회담에서 시베리아 유전의 송유관 건설을 비롯한 에너지 문제 등 양국간 경제협력 강화방안과 북핵 문제,반테러 공조,이라크전 사태 등의 국제 현안이 폭넓게 논의될 예정이다.
이번 회담은 후 주석이 지난 달 장쩌민 군사위 주석의 전격퇴임에 따라 중국의 명실상부한 1인자로 등극한 이후 갖는 첫번째 중- 러 정상회담이라는 점에서 의미를 갖는다.
◆에너지가 최대 경제 현안=후 주석은 이번 회담에서 러시아 앙가르스크산 원유의 송유관을 중국 다칭 쪽으로 건설하는 문제를 푸틴 대통령에게 강하게 제기할 예정이다.
후 주석은 지난해 5월 모스크바 방문 때도 이 문제를 제기했다.
하지만 일본이 거액의 투자 조건을 내세우면서 끼어들어 러시아는 일본의 나홋카와 연결하는 노선을 거의 확정한 상태다.
다칭 노선은 중국 입장을 배려해 지선(支線) 형태로 운용될 것이라는 관측이 높아지고 있어 이번 회담 결과가 주목된다.
중국은 지난 9월 원자바오 중국 총리도 모스크바를 찾아가 송유관 건설 문제를 논의한 적이 있다.
러시아의 천연가스를 중국을 통과해 한국으로 보내는 파이프라인 건설 프로젝트도 논의될 것으로 알려졌다.
이 프로젝트는 현재 중국이 천연가스 가격을 깎으면서 답보 상태다.
후 주석은 푸틴 대통령에게 에너지의 안정적인 공급을 조건으로 중국의 원전시장에 대한 러시아 업체 진출 우대방침을 전달하고,러시아의 세계무역기구(WTO) 가입 지원도 재천명할 것으로 보인다.
중국측은 그동안 러시아로부터 원유 공급을 받기 위해 석유기업 유코스의 철도 운송비 지원,유코스 자회사에 대한 입찰 참여 등을 제시해왔다.
세계 2위 석유 소비국인 중국은 긴축에도 고성장을 지속하면서 올 들어 8월 말까지 원유 수입이 전년 동기 대비 39.3% 증가했다.
양국 정상은 또 지난해 1백57억달러에 달한 양국의 교역액을 2010년까지 연간 6백억달러로 확대하는 내용의 경제협력 강화 문건에 서명할 것으로 알려졌다.
◆북핵 해법 등 정치공조 강화=양국 정상은 북핵 6자 회담이 교착 상태에 빠진 가운데 북핵문제 해결을 위한 해법을 협의할 것으로 알려져 관심을 끌고 있다.
특히 이달 중 북한의 권력 서열 2위인 김영남 북한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이 중국을 방문할 예정이다.
중·러 간 국경선 문제도 이번 회담에서 논의될 것으로 알려졌다.
이고리 로가체프 중국주재 러시아 대사는 "국제 테러에 대한 공조방안도 주요 의제"라며 "양국 정상은 반테러 활동에 대한 이중 기준이 있을 수 없으며 모든 국가들이 테러 억제를 위해 공동 노력을 해야 한다고 선언할 것"이라고 밝혔다.
러시아 크렘린 공보실은 "양국 정상은 상호간 정치,경제 현안들과 국제 이슈들을 논의하고 전략적 파트너십을 심화시키는 중요 문건에 서명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 2001년 양국 정상이 서명한 '중·러 선린우호협력조약'을 확대 실천하기 위한 여러 문건이 채택될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은 미국 주도의 세계 질서를 다극화 체제로 재편한다는 방침이어서 이번 정상회담에서 양국 간 정치공조를 다지는 데 힘쓸 것으로 관측된다.
베이징=오광진 특파원 kj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