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언론에는 '골디락스경제(Goldilocks economy)'라는 단어가 자주 등장한다. 이는 곧 높은 성장세에도 불구하고 물가상승이 없는 상태를 말하는 것으로 경제호황을 상징하는 의미로 쓰이고 있다. 골디락스는 블론드머리의 어느 소녀가 숲속을 걷다 곰이 차려놓은 뜨겁지도 차갑지도 않은 음식으로 허기진 배를 채우고 기뻐했다는 영국의 전래동화에서 유래하고 있다. 이처럼 미국경제는 내수침체와 투자부진 탓에 갈수록 허리가 휘는 우리와는 사정이 영 달라 한편으론 부럽기까지 하다. 경제가 어려워지면 가장 힘들어지는 게 서민들이다. 당장 씀씀이를 줄여야 하고 게다가 앞날의 불안감에 따르는 심리적인 압박은 이들을 더욱 견디기 어렵게 한다. 국민들이 느끼는 경제적 고통을 나타내는 '고통지수(Misery Index)'가 8.3으로 3년2개월만에 최고치라는 소식이다. 그동안 설마했던 체감경기가 고통지수로 확인된 셈이다. IMF당시의 14.5와는 비할 바 아니지만 국내외의 경제상황이 여의치 않아 정책담당자들까지도 일단 적신호의 조짐으로 받아들여지는 것 같다. 실업률과 물가상승률을 합한 고통지수는 미국 브루킹스 연구소의 경제학자 아서 오쿤이 고안했다. 온도 습도 등을 고려해 산출하는 기상용어인 불쾌지수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고 하는데 와튼계량경제연구소(WEFA)가 이를 매년 국가별로 산출해 발표하면서 주목받기 시작했다. 고통지수는 인플레이션과 실업률을 가중 평균한 불만지수(Discomfort Index)와는 다소 차이가 있다. 최근에는 국민들의 체감경기를 좀 더 명확히 파악하기 위해 몇몇 지수를 활용하기도 한다. 국내총생산(GDP) 증가율과 어음부도율 등을 활용하는 국내 일부 연구소가 그런 경우다. 요즘 가뜩이나 어려운 지경에 처해 있는 우리 경제가 정치권의 11월 충돌설로 더욱 위축되는 분위기다. 다름아닌 개혁입법을 둘러싸고 여야가 한바탕 크게 맞붙으면서 갈등과 분열의 소용돌이에 휘말리게 될 것이라는 걱정이다. 과연 우리는 언제쯤 희망섞인 골디락스경제를 얘기할 수 있을까. 박영배 논설위원 youngb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