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교등급제"를 둘러싼 대학과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의 갈등이 확산되고 있다. 연세대 등 일부 대학이 고교등급제를 실시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던 전교조는 12일 서울 세종로 정부중앙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고려대 등 일부 대학들이 논술.심층면접을 사실상 본고사처럼 실시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대학들은 "전교조 등에 의해 학생선발의 자율권이 침해당하는 것을 더이상 참을 수 없다"며 "고교별 내신과 수능성적을 공개,현행 입시제도의 문제점을 지적하겠다"고 밝히며 "항전"의사를 분명히 했다. ◆구술면접은 사실상 본고사=전교조는 이날 서울 주요대학 1학기 수시전형 결과를 분석한 결과 고려대와 서강대 성균관대 이화여대 한양대 등 5개 대학이 논술·심층면접을 변칙적인 본고사로 파행 운영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송원재 대변인은 "대학들은 논술·심층면접이 수능으로는 파악하기 힘든 학생의 능력을 평가하는 것이라고 주장하지만 실제로는 고교등급제를 은폐하거나 변형된 본고사의 일환으로 쓰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대부분의 논술·심층면접 문제가 정상적인 교과수업만으로는 대처하기가 곤란하다"며 "대학이 특별교육이나 사교육을 받아야만 풀 수 있는 문제를 시험문제로 내기 때문에 사교육이 창궐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전교조는 고려대가 본고사를 뛰어넘는 고난이도의 사회·철학적 인문논술과 과거 본고사 유형을 답습한 풀이형 수리논술 등을 냈으며 서강대는 국어,영어 지문과 함께 사교육을 받은 학생에게 유리한 한국어논술과 영어논술 문제를 냈다고 설명했다. ◆고교 학력차 공개하겠다=연세대 백윤수 입학처장은 이날 "서울대 연대 고대 등 서울지역 10여개 대학 입학처장이 지난 10일 밤 각 고교의 내신 수능성적 등을 종합해 다음주 중 고교간 학력차 실태를 공개하기로 결의했다"고 밝혔다. 이는 교육부나 전교조가 대학을 일방적으로 매도하고 있다는 공감대가 이뤄졌기 때문이다. 서울대 김완진 입학관리본부장도 이날 고교등급제 논란과 관련해 "2008학년도부터는 고교 학력차를 입시에 반영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해 주목된다. 전국 4년제 대학 연합체인 한국대학교육협의회는 오는 29일께 전국 총장회의를 열어 대학들의 공식 입장을 내놓을 방침이다. ◆곤혹스러운 교육부=교육부 관계자는 "고교등급제와 관련된 자료를 전교조 등에서 제기한 의혹대로 '강남'과 '비강남'으로 나눠서 발표했는데 이것이 계층갈등을 부추긴 것 같아 당황스럽다"며 "고교등급제와 논술·심층면접 문제가 계층갈등을 불러일으키지 않도록 대학과 시민단체 모두 조금씩 자제해야 한다"고 말했다. 송형석 기자 clic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