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산업의 은행 편중화 현상이 국회 재정경제위원회 국정감사에서 핫이슈로 부각됨에 따라 향후 금융정책에 어떤 변수로 작용할 지 관심을 모으고 있다. 외환위기 이후 은행에 공적자금이 집중 투입돼 은행들의 자산건전성이 높아지면서 시작된 금융산업 내 '은행 독주' 현상이 실물경제의 성장잠재력 자체를 위협하는 상황에 이르렀다는 게 의원들의 진단이다. 이런 상황에서 2단계 방카슈랑스(보장성보험 개인자동차보험 장기보장성보험 등의 은행판매 허용)가 예정대로 내년 4월부터 시행될 경우 은행 독주가 더 심화될 것이라고 상당수 의원들은 입을 모았다. 이에 대해 정부는 지난해 8월부터 시행된 1단계 방카슈랑스(개인저축성보험 등의 은행판매 허용)에서 드러난 문제점들을 개선하는 것을 전제로 내년 4월 2단계 방카슈랑스를 예정대로 시행하겠다고 맞서 앞으로 적지 않은 진통이 예상된다. ◆금융산업 은행집중화 가속 논란 한나라당 임태희 의원은 이날 국감에서 "은행만 독주하는 금융시스템은 금융기능의 장애를 야기한다"며 "은행의 경영권이 외국자본으로 넘어가고 있다는 사실까지 감안하면 지속성장을 위한 산업정책에도 제약이 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위험을 회피하려는 성향이 강한 은행들이 안전한 영업에 치중해 성장 유망업체 등 기업부문에 자금이 제대로 공급되지 않고 우월적인 지위를 악용한 수수료 챙기기와 불공정행위 강요로 금융거래 질서가 심각하게 훼손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은행들은 지급결제업무와 비(非)은행권 금융상품을 판매해 얻는 수수료가 2001년에는 2천억원대에 그쳤으나 지난해에는 1조3천억원대로 늘어나 지급결제망과 영업점포망을 활용한 수수료 사업에 치중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헌재 부총리는 이에 대해 "예컨대 은행이 1백m를 10초에 뛰고,증권과 보험은 13초에 뛰고 있으므로 금융업종간에 불공정과 격차가 있는 것은 분명하다"며 "그렇지만 국제무대로 볼 때 국내 은행들의 경쟁력은 여전히 취약한 상태"라고 말했다. 은행산업에 대한 외국자본 점유율이 한국은 60%(지난해 기준)로 미국(19%) 일본(7%) 독일(4%) 영국(46%) 중국(2%) 태국(7%) 등 주요국들보다 높은 것도 문제로 지적됐다. ◆"방카슈랑스 연기해야" 열린우리당 전병헌 의원은 이날 "방카슈랑스 확대로 발생할 폐해를 방지할 수 있는 대책을 마련할 때까지 방카슈랑스 확대를 연기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전 의원은 "방카슈랑스 도입 초기에 은행들은 보험료가 15% 정도 낮아질 것이라고 강조했지만 보험료 인하효과가 전혀 없었다"며 "사업비를 보험사에 전가하거나 대출상품과 연계해 판매하는 꺾기 등의 부작용만 생기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나라당 이혜훈 의원도 "중소기업들이 대출과 관련해 보험가입 권유를 받은 경우가 전체의 27.5%였고 본인의사에 반해 가입한 사례가 63.3%에 달했다"며 "은행들이 우월적 지위를 악용하는 불공정행위를 막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정부는 내년 4월 예정된 2단계 방카슈랑스를 시행한다는 방침에는 아직 변화가 없다고 설명했다. 이 부총리는 "1단계 방카슈랑스 시행결과를 충분히 검토하지도 않고 정부가 이미 발표한 일정을 연기하는 것은 시기상조"라며 "방카슈랑스 2,3단계를 저항 없이 합리적으로 추진할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하겠다"고 말해 일부를 보완하는 수준에서 제도를 개선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현승윤 기자 hyuns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