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유가 54弗 돌파…한달새 24% 급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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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유가가 닷새째 사상 최고치 경신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12일 뉴욕상품거래소에서 서부텍사스중질유(WTI) 11월 인도분은 장중 한때 전일 종가보다 배럴당 81센트 오른 54.45달러까지 치솟아 사상 최고치를 또 다시 갈아치웠다.
이는 1년전에 비해 무려 70%나 오른 것이다.
런던 국제석유거래소의 북해산 브렌트유 11월 인도분도 처음으로 51달러를 돌파,장중 배럴당 51.50달러에 거래됐다.
이에따라 고유가로 인해 세계 경제가 침체에 빠질 것이란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유가 54달러는 과거 물가상승률을 감안하면 감내할 수 있는 수준이지만 한달 만에 무려 10달러(24%) 이상 치솟은 가파른 상승 속도가 불안감을 가중시키고 있다.
◆유가 전망은 무의미,세계 경제침체 여부에 주목
그동안 월가 이코노미스트들 사이에서는 고유가로 인한 경제성장 둔화는 있을 수 있어도 지난 70년대와 같은 오일 쇼크나 경제 불황은 일으키지 않을 것이라는 예상이 우세했다.
그러나 최근 유가가 하루가 멀다 하고 날마다 폭등하자 고유가로 인한 경기침체론에 점점 무게가 실리고 있다.
CNN머니는 11일 "현 유가 수준은 이미 경제 위축을 야기하기에 충분한 수준"이라며 "고유가와 금리인상 등이 결합될 경우 세계 경제는 향후 3∼4개월 이내에 크게 비틀거릴 것"이라고 경고했다.
와초비아증권의 존 실비아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추가생산 여력 부족 문제가 해소되지 않는 한 수급 불안은 계속 고조될 것"이라며 "배럴당 70달러대를 상회하는 유가와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금리 인상이 결합될 때쯤이면 최악의 시나리오가 연출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유가 수준보다 가파른 상승속도가 더 문제
유가가 54달러에 바짝 다가섰지만 인플레이션을 고려하면 1980년대 오일쇼크 당시의 최고 가격을 밑도는 수치다.
지난 80년대의 배럴당 38달러는 현재 배럴당 79달러에 맞먹으며 90년대의 배럴당 40달러는 현 수준으로 환산할 경우 60∼65달러대에 해당한다.
그러나 상승 속도가 문제다.
WTI 가격은 지난 1년간 배럴당 22달러(70%)나 올랐고 특히 최근 한달간 24%나 치솟았다.
오하이오 노던 대학의 에너지 이코노미스트인 A F 알하지는 "유가가 배럴당 50달러에 직면해도 경제는 성장한다는 것은 유가가 점진적으로 오를 때의 일"이라며 "문제는 지난 한달 동안의 유가 상승 속도가 전례없었다는 점"이라고 강조했다.
이코노믹사이클리서치의 애니반 배너지 이사는 "유가가 완만하게 상승할 때는 각국 경제가 충격을 흡수할 공간을 마련하는 시간이 있지만 유가가 연일 폭등하는 상황에서는 완충장치를 마련할 기회조차 사라진다"고 말했다.
유영석 기자 yoo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