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알 파치노 주연의 코미디 영화 '시몬'(Simone)에는 실력은 있지만 개봉하는 영화마다 흥행이 부진한 빅터 타란스키라는 감독이 등장한다. 준비하던 새 영화에 출연할 여배우가 갑자기 계약을 파기하자 괴로워하는 감독.그에게 어느날 컴퓨터 엔지니어 출신의 열혈팬이 유품으로 보낸 CD 하나가 도착한다. 원하는 배우를 조작해 사이버 인간을 만들 수 있는 프로그램이었다. 이를 이용해 감독은 오드리 햅번과 마릴린 먼로 등 최고 여배우들의 미모와 장점만을 조합해 '시몬'을 탄생시키고 자신의 영화에 출연시킨다. 이 영화 내용과 비슷한 상황이 10년쯤 뒤면 현실에서도 쉽게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실존하는 영화 배우가 아니라 소프트웨어로 만든 3차원(3D) 캐릭터인 '디지털 액터(actor)'를 활용해 영화를 제작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2014년께 연극영화과 4학년생이 디지털 액터 프로그램을 활용해 단편 영화를 만든다고 가정해보자. 우선 준비한 시나리오를 영화 프로덕션 소프트웨어를 이용해 디지털 시나리오로 바꿔 저장한다. 그 다음 캐릭터 탬플릿을 이용해 주연 배우를 만든다. 체격,얼굴,머리카락 등을 모두 선택할 수 있다. 다음 순서는 시나리오에 맞게 캐릭터에 동작을 넣는 것.배경은 실제 촬영한 배경과 컴퓨터로 만든 3D 그래픽을 적절히 혼합할 수 있다. 음향은 소프트웨어가 캐릭터에 맞게 삽입한 디지털 액터의 음성을 사용하면 된다. 마지막으로 편집을 하면 영화 한편이 탄생한다. 이처럼 디지털 영화 기술이 발달하면 새로운 형태의 영화도 많이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전문가들은 초대형 화면의 영화,실사 3차원 영화,인터랙티브 시네마,체험형 영화,입체 영화 등이 보편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중 인터랙티브 시네마는 말그대로 쌍방향 시나리오가 가능해 하나의 정해진 시나리오대로 영화가 진행되기보다 사용자가 직접 영화 스토리에 관여해 결말도 바꿀 수 있는 새로운 장르의 영화다. 체험형 영화는 기존 영화가 시각과 청각만을 만족시키는 데 비해 가상현실을 통해 인간의 오감에 모두 접근하는 영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