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대는 우리 사회 곳곳에서 주춧돌 역할을 하고 있다. 기업에서는 중견간부에서 임원,최고경영자(CEO)에 이르기까지 핵심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최근들어 세대간 갈등의 골이 깊어지면서 이들 40대가 더욱 주목받고 있다. 2030세대와 5060세대를 이어주고 갈등을 조정하고 통합하기 적합한 세대가 40대이기 때문이다. 한국경제신문은 창간40주년을 맞아 각계에서 활약하고 있는 40대 3명을 초청,우리 사회에서 40대가 처한 현실과 고민을 분석하고 정치 경제 등 사회 각 분야에서 이들의 새 역할을 모색하기위해 좌담회를 마련했다. ○고승덕 변호사=나이로 보면 30대가 중간이지만 세대로는 40대가 '중심축'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특히 직장에서 40대는 정년 퇴직이 얼마 남아 있지 않은 만큼 인생의 마지막 불꽃을 피우는 시기라는 생각이 듭니다. ○류한호 상무=40대는 그 동안 쌓아온 경륜을 활짝 펼치는 시기라고 볼 수 있을 것 같아요. 기업에서는 이 시기에 명암(明暗)이 뚜렷하게 갈립니다. 임원이나 최고경영자로 올라서느냐,아니면 물러나야 하느냐가 결정되는 분수령인 때가 40대입니다. ○함인희 교수=50대가 철 들자 망령난 세대라면 40대는 철도 들기 전에 망령부터 난 세대라는 우스갯소리도 있더군요. 30대가 치고 올라오면서 40대는 자기 자리를 찾기도 전에 사회에서 밀려나고 있다는 느낌을 정서적으로 갖는 것 같아요. ○류 상무=직장에서도 40대는 '낀' 세대입니다. 직장생활 초년병 때는 근대화의 주역인 50대와 60대의 눈치를 봐야 했고 세계화와 정보화의 물결이 몰려오면서 지금은 후배들에 의해 자리 위협을 받는 상황이 됐습니다. ○고 변호사=직장 내에서 40대는 정년이 길면 10년 정도 남았다고 봐야겠지요. 이는 10년 안에 뭔가를 이뤄야 한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그만두고 나간다면 새로운 일을 시작해야 하고요. 어느 것을 선택하든지 치열한 생활을 견뎌야 하는 상황이에요. ○함 교수=40대는 전후 베이비붐 첫 번째 세대입니다. 어려서 굉장한 궁핍을 경험했습니다. 이 때문에 40대는 자녀들에게 과잉투자하는 특성을 나타냅니다. '기러기 아빠'가 제일 많은 세대가 40대인 것도 이런 이유에서지요. 또 다른 특징 중 하나는 서구의 페미니즘 영향을 받아 여성의 권익에 관심이 많다는 것이에요. 여성의 경우 과거의 불평등과 차별에 대해 매우 민감하게 반응합니다. 그러다 보니 가족 안에서 남편의 변화와 아내의 변화 사이에 생기는 괴리가 매우 커 갈등이 극적으로 표출되는 세대라고 할 수 있어요. ○고 변호사=40대는 가치관에 대해서도 혼란을 겪는 시기입니다. 성장하면서는 부모의 가치관과 당시의 사고방식에 따라 교육을 받았는데 크고 보니까 상황이 완전히 달라진 것이지요. 40대가 상당히 보수적이면서도 비판적인 측면을 동시에 갖고 있는 것도 이런 요인이 작용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류 상무=우리보다 10년 앞섰던 40대들도 비슷한 얘기를 했을 것 같아요. 하지만 지금의 40대가 당면한 문제는 그 변화의 속도나 차이의 정도가 너무 크다는 점입니다. 기술적으로만 보더라도 아날로그 시대에서 디지털 시대로 완전히 넘어가는 상황이어서 적응하는 게 쉽지 않습니다. 요즘은 아이들하고 대화하는 것조차 참 어렵습니다. 가운데 끼여 갖은 고생을 한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고 변호사=우리 사회가 큰 변화를 겪고 있는 것 같아요. 전에는 단순화한 가치관이나 사상이 지배했는데 최근엔 모든 면에서 갈등이 있는 그대로 표출됩니다. 빈부격차도 커지고 있고,사회적인 역할도 점점 분화되고 있습니다. 그 동안 보수적인 사회 분위기 속에서 당연히 표출돼야 할 것들이 억눌려 있다가 이제서야 비로소 튀어나온 것이지요. 이런 현상을 부정적으로 보면 한국사회가 갈라지고 있다고 볼 수 있지만 개인적으로는 다양한 사회로 가기 위한 필수과정이라고 생각합니다. 중요한 것은 현재의 갈등을 어떻게 하면 빨리 조정할 수 있느냐지요. ○함 교수=정말 낙관적인 그림을 그리고 있군요. 표면적으로는 다양화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각 집단 내부적으로는 오히려 획일화되고 있는 것 아닌가 하는 우려가 생깁니다. 우리 사회에 노·장·청이 한데 모여서 소통하는 장이 사라지고 있어요. 내부의 획일적이고 권위주의적인 요소가 해소되지 않은 상태에서 다양성의 측면으로만 보기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류 상무=다양한 사회로 가는 게 바람직하지만 서로 상대를 인정하지 않는 것이 문제입니다. 자신의 주장과 반대되는 의견에 대해 '다르다'고 보는 것이 아니라 '틀리다'고 여기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어요. 각 세대가 상대방의 다양함을 인정하는 방법을 배워야 하고,상대방에게 설득당할 수도 있다는 자세를 가져야 합니다. ○고 변호사=강연을 다니다 보면 참석하는 사람들이 가장 관심을 많이 갖는 분야는 건강 교육 돈입니다. 40대도 마찬가지예요. 돈의 경우 자녀 양육비와 노후와 관련된 것이 대부분입니다. ○류 상무=돈 문제에 대해선 다들 걱정하는 게 사실입니다. 뭔가 대비를 하지 않으면 큰일이라는 생각을 하지요. 적극적인 사람은 50대 이후 새로운 일을 시작해야 한다는 것을 당연하게 여기고 있습니다. 하지만 20∼30대와 달리 40대는 "나는 돈이 필요해요"라는 말을 드러내놓고 하지 못합니다. 명분에 집착하기 때문이에요. ○함 교수=돈에 대한 40대의 가치관은 매우 이중적입니다. 돈에 대한 사회적 개념과 개인적으로 지닌 돈에 대한 열망이 다릅니다. 40대는 성장하면서 급격한 산업화의 과정을 거쳤고,이 과정에서 부의 축적이 비정상적으로 이뤄지는 모습을 지켜봤어요. 때문에 부 자체에 대해 부정적인 인식을 가지고 있습니다. ○류 상무=최근 들어 세대간 갈등이 심해지면서 40대가 사회갈등을 통합·조정해야 한다는 얘기를 많이 듣습니다. 하지만 이런 문제들에 신경을 쓸 수 있는 여력이 별로 없는 게 사실이에요. 생활의 최전선에 서 있다 보니 승진이나 자녀교육 등 개인적인 부문에 더 관심을 갖고 있어 이 같은 책임감을 느끼지 못합니다. ○함 교수=30대는 "우리가 역사를 이끌어간다. 사회를 개혁한다. 변화를 주동한다"는 것과 같은 세대 정서가 40대보다 확실히 강한 것 같아요. 반면 40대는 "우리에게도 언젠가 말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겠지" 하고 기다렸는데 사회가 너무 빨리 변하면서 졸지에 소외되는 처지가 돼 버렸습니다. ○고 변호사=40대는 연령적으로 중간에 있는 만큼 젊은 세대와 노년 세대의 입장이 너무 지나치다는 생각을 갖습니다. 그렇다 보니 자연스럽게 중간자적인 자세를 취하고 양비론적인 시각을 지니게 됩니다. 세대간 갈등을 잘 조정할 수 있는 데도 방관자적인 입장에 머물고 있는 것이지요. ○류 상무=40대에게 중요한 것은 하고 있는 일을 본의 아니게 그만 두더라도 실망하지 않고 도전하는 자세인 것 같습니다. 암기력은 떨어지지만 이해력은 높은 세대가 40대입니다. 불안감을 느낄 시간에 새로운 것을 찾고 존경할 만한 선배가 되도록 모범을 보여야 할 때입니다. ○함 교수=40대만이 우리 사회에서 징검다리 역할을 할 수 있어요. 세대 공존을 위한 매개 역할을 40대가 해야 합니다. 물론 40대의 목소리가 더 많이 반영될 수 있도록 사회가 장을 마련해줘야겠지요. 경제 분야에서 중추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40대가 정치 사회 분야에서도 제 목소리를 낼 수 있어야 나라가 바로 섭니다. ○고 변호사=40대에게 가장 필요한 덕목은 자신감을 회복하는 것입니다. 20대 때 새로운 것을 시작하는 것보다 오히려 나은 측면도 있어요. 정리=강동균 기자 kd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