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들이 가장 듣기 싫어하는 얘기가 '군대에서 축구한 남성들의 얘기'라는 농담이 있다.


우스갯소리지만 과거 현역병들의 여가 시간 대부분은 자질구레한 작업이나 운동으로 채워져온 것이 사실이다.


요즘 병영문화가 많이 개선됐다고는 하지만 일선 사병들이 주말을 선용하기는 여전히 어렵다.


뭔가를 배워보려고 해도 방법이 마땅찮고 무엇보다도 학습 분위기가 조성돼 있지 않다.


연초 육군에 군 인력 육성 아이디어를 처음 제기했던 현명관 전국경제인연합회 부회장은 "학습능력이 가장 뛰어난 젊은 인력들이 군에서 아무런 능력계발의 기회를 갖지 못하고 2년을 보내는 것이 안타까웠다"며 "디지털 경제전쟁의 시대에 세계 일류국가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군 인력들을 미래 핵심 경쟁력을 갖춘 인력으로 양성할 필요가 있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전경련과 육군의 이번 시범사업은 일단 민간 차원에서 출발하지만 교육인적자원부와 국방부도 군 인력 활용방안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어 조만간 국책사업으로 추진될 가능성이 크다.


◆교육 어떻게 이뤄지나


시범사업 대상으로 선정된 26사단의 장광일 사단장은 "일과시간 중에 할당된 정규 훈련이나 근무가 끝나면 하루에 2시간 정도의 자유시간을 보장해줄 예정"이라며 "어학 등에 대한 병사들의 학습욕구가 높아 상당한 호응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육군은 내년부터 주5일 근무제가 시행되면 평일에 2시간,주말에 14시간 등 주간 단위로 총 24시간의 자유시간을 부여할 것이라고 밝혔다.


물론 본인이 원하지 않을 경우는 교육과정에 참가하지 않아도 된다.


하지만 육군 관계자는 "군에서 틈날 때마다 축구를 한다는 것은 옛날 얘기"라며 "제대 후 복학이나 취업에 많은 신경을 쓰고 있기 때문에 대부분의 사병이 교육에 참가할 것"이라고 달라진 분위기를 설명했다.


시범사업은 일단 예산의 제약으로 인해 인터넷 위주로 이뤄질 전망이다.


1백20여명의 중대병력에 제공되는 컴퓨터는 모두 16대.근무 교대와 주말 외출·외박 등을 감안하면 신병일지라도 한 주에 최소 6시간 정도는 공부할 수 있는 여건이다.


육군은 또 인터넷 교육 외에 어학능력이 출중하거나 전문 자격증을 소지한 사병들을 중심으로 '학습 동아리'를 구성해 면학 기회를 확대하는 방안도 강구하고 있다.


◆어떤 효과가 있나


재계는 제대한 군 인력이 별도의 적응기간 없이 취업 등을 통해 곧장 사회에 진입할 수 있는 분위기가 조성된다는 점에 큰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군 역시 불필요한 일에 사병들의 동원을 최소화하면서 인력 자질 향상을 지속적으로 꾀할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전경련과 육군은 오는 2006년부터 전 사병을 대상으로 교육훈련을 실시한다는 방침 아래 연말께 국방부 및 기획예산처와 협의에 들어간다는 계획이다.


전경련은 또 군에서 취득한 자격증 가운데 국가공인자격증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범위를 확대하고 일정 기간 이수한 교육과정도 대학의 학점으로 인정받는 방안을 교육인적자원부와 협의중이라고 밝혔다.


조일훈 기자 ji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