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주를 둘러싸고 외국인과 개인투자자간 매매공방이 치열하다. 실적부진을 우려한 외국인들이 연일 매물공세를 펼치는 반면 개인투자자들은 IT주를 대거 사들이는 대조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그동안 상승장에서 소외됐던 개인들이 상대적으로 덜 오른 IT주에 승부수를 던지며 외국인과 "IT목장의 결투"를 벌이고 있는 것이다. ◆외국인 매도 對 개인 매수 외국인 투자자들은 순매도로 전환한 지난 8일부터 12일까지 거래일수로 3일간 IT주에 대한 매물 공세를 펼치고 있다. 이 기간 중 팔아치운 IT주는 5천9백13억원에 달한다. 이는 같은 기간 외국인들의 전체 순매도액 4천9백1억원보다 1천억원이나 많은 것이다. IT주를 팔아서 다른 업종 주식을 샀다는 얘기다. 특히 삼성전자의 경우 회사측의 자사주 매입을 틈타 매도금액이 5천7백1억원(우선주 포함)에 달한 것으로 집계됐다. LG전자(3백6억원) 삼성SDI(2백90억원) 등 다른 IT주들도 순매도 상위 종목에 올랐다. 반면 개인투자자들은 8일부터 순매수로 전환하며 IT주를 쓸어담는 양상이다. 실적 전망이 불투명하다고 해서 외국인들이 팔아치우는 삼성전자(우선주 포함)를 2천8백41억원어치 사들였다. 삼성SDI 하이닉스 LG전자 등 대표적인 IT주식들도 나란히 순매수 상위 2∼4위에 올랐다. ◆IT는 업황별 매매전략 달리 해야 외국인 투자자들의 매도는 실적 우려감에 따른 차익 실현 성격으로 풀이된다. 이틀 전 LG필립스LCD의 3분기 어닝쇼크 발표 이후 IT 기업들의 실적이 예상보다 나쁠 것이라는 우려로 보유 지분을 서둘러 처분하는 양상이다. 물론 삼성전자의 자사주 매입을 틈타 이를 매도하는 측면도 있다. 외국인의 매도에도 불구하고 개인들이 상반된 매매 행태를 보이는 것과 관련,전문가들의 평가도 엇갈린다. 민후식 동원증권 연구위원은 실적 우려가 나오고 있는 지금이 오히려 매수 적기라고 강조했다. 그는 "내년 봄쯤 IT경기의 바닥이 예상되기 때문에 중장기 투자자는 적극 매수에 나서야 한다"고 지적했다. "삼성전자의 경우 내년에는 60만원대를 회복할 것"이라는 얘기다. 하지만 정창원 대우증권 팀장은 "일괄적으로 IT경기의 바닥을 말하는 것은 성급한 분석이며 오히려 품목에 따라 이제 막 내리막길을 걷기 시작한 업종도 있다"며 조심스러운 접근을 주문했다. 그는 "LCD와 휴대폰은 지금이 바닥이지만 반도체는 당분간 회복세를 보이다가 내년에 업황이 급속도로 악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했다. 백광엽 기자 kecor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