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신문이 열린경영연구원과 공동으로 뽑은 '제1회 2004년 사회공헌기업 대상(大賞)'에 SK㈜ 삼성테스코 우리은행 등 모두 17개 회사가 선정됐다.


8개 분야로 나눠 이뤄진 이번 심사에서 △지역봉사부문에서는 우리은행과 SK㈜ 한국전력공사가 △사회복지부문에서는 대우증권과 이랜드 제일은행이 수상업체로 뽑혔다.


또 △아동.청소년부문에서는 동양화재해상보험과 팬택계열이 △환경보전부문에는 삼성테스코와 하이트맥주가 △지역사회발전부문은 금호건설과 부산은행 서해종합건설 한국수자원공사가 공동 선정됐다.


△노인복지와 노숙자지원 농어촌지원부문은 각각 KT&G와 한국도시개발,KRA(한국마사회)가 단독수상했다.


시상식은 오는 15일 서울 JW메리어트호텔에서 열린다.


이들 수상업체는 최근 변모하고 있는 기업의 사회공헌활동상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단순히 보여주기 위한 일회성 또는 이벤트 성격에서 벗어나 소외계층의 필요에 한 발짝 다가서기 위한 진지한 노력들이 눈에 띈다.


최태원 SK㈜ 회장은 망치를 들고 사랑의 집짓기 운동(해비타트)에 참여했으며,로버트 A 코헨 제일은행장은 주말이면 결손가정출신들이 모여 사는 그룹홈(Group Home)을 방문,프랑스요리를 직접 만들어주는 등 CEO들이 직접 팔을 걷어붙이는 장면도 종종 목격된다.


한국도시개발은 최근 서울역과 청량리역에서 기거하는 노숙자들을 상대로 실태조사에 나섰다.


전국의 노숙자 쉼터도 뒤졌다.


일할 의욕을 가진 노숙자들을 찾아내 일거리를 제공하기 위해서다.


결국 주소지 확인 등을 거친 노숙자 3명을 최종 선발,태안의 공사현장에 현장반장 자격으로 배치시켰다.


이 회사 직원들이 노숙자를 부르는 호칭은 따로 있다.


바로 '탄생인'.주위에서 조금만 도움의 손길만 펴면 정상적인 생활인으로 얼마든지 거듭날 수 있다는 의미에서 붙여진 이름이다.


이 회사 김장식 관리부장은 "길거리 노숙자들에게 제2의 새로운 인생을 마련해주는 것이 목표"라며 "회사가 고용한 노숙자들이 월급으로 받은 돈을 낭비하지 않도록 통장을 만들어 노숙자쉼터에서 관리하도록 하고 있다"고 말했다.


종래 개인이나 동호회 차원에 머물렀던 사회공헌활동의 규모도 달라지고 있다.


기업들이 전사적(全社的) 지원체제 구축에 나서고 있다.


대우증권에 입사하게 되면 신입사원들은 의무적으로 자원봉사 활동에 참여해야 한다.


신입사원 입문교육과정에 자원봉사활동이 별도 과목으로 편성돼 있다.


휴대폰 생산업체인 팬택계열은 직원들의 봉사활동을 인사고과에 반영하고 있으며,매년 연말이면 누적된 봉사활동을 포인트로 집계해 푸짐하게 포상하고 있다.


한국수자원공사에서는 아예 사규에다 봉사활동 운영지침을 못박아 놓았다.


회사가 직원들의 봉사활동 경비를 일절 지원하는 것은 물론 봉사활동에 소요된 시간을 근무시간으로 인정,급여를 지급한다.


사회공헌에 앞장서는 기업들은 수장의 경영철학부터가 남달랐다.


박성수 이랜드 회장이 24년 전 창업하면서 내세운 모토는 "정직하게 벌어들인 돈을 올바르게 사용하자"는 것.지난 2002년부터는 당기순이익의 10%를 뚝 떼내 사회에 환원하고 있다.


이렇게 조성된 돈이 지난해는 무려 1백30억원.기부문화가 활성화된 미국에서도 순이익의 5% 이상을 기부하는 회사는 드물다.


55년 전통의 한국마사회는 KRA로 CI(기업이미지)까지 바꿔가며 이미지 변신에 안간힘을 쏟고 있다.


박창정 회장은 "경마는 연 1천6백만명이 즐기는 국민적 스포츠임에도 아직도 '도박'의 일종으로 인식하는 사람들이 있어 안타깝다"며 "경마를 건전한 레저스포츠로 발전시키는 동시에 농촌노인복지 난치병 어린이 치료 등을 통해 생명존중과 사랑을 실천하는 공기업으로 다시 태어날 것"이라고 다짐했다.


기업의 특성에 맞게 사회봉사활동도 '특화'시키는 것이 최근 달라진 추세.동양화재해상보험은 '학교폭력 지킴이 보험'이라는 이색보험상품을 개발했다.


'왕따'라는 말이 생기면서 사회적 관심이 커진 학교폭력의 피해를 보장해주는 파수꾼의 역할을 감당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수질로 승부를 거는 맥주회사 하이트맥주는 전국에 방치된 폐공을 원상복구하는 일에 앞장서고 있으며,담배회사인 KT&G는 건강에 가장 관심이 많은 노인들을 위해 노인복지관을 통해 노인필수용품을 전달하는 등 온정의 손길을 펼치고 있다.


김병일 기자 kb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