羅城麟 < 한양대 경제금융학부 교수 > 이제 재정경제부 장관이나 대통령 주변의 소위 경제전문가들이 대통령에게 솔직할 때가 됐다. 참여정부 출범 후 지난 1년반 동안의 경제성적표가 실망스럽다는 것은 그들도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그리고 내년에도 본격적인 경제회복을 기대하기 힘들어 정부가 희망하는 실질 경제성장률 5%대 달성이 어려워 보인다. 더 우려되는 것은 고령화·저출산 추세에도 불구하고 우리 경제의 성장잠재력이 점점 하락하고 있어 미래가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경제정책 담당자들로서는 그동안 반시장적 진보성향의 정권 핵심인사들을 상대로 나름대로 최선을 다했다고 말할 수 있을지 모른다. 그리고 항간의 비난과는 달리 반시장적이거나 분배중심적인 경제정책을 별로 쓰지 않았다고 항변할 수 있을 것이다. 아니 오히려 지난 1년반 동안 지속적으로 경기부양책을 써왔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3차례에 걸친 금리인하,3차례에 걸친 추경예산 편성과 재정확대정책, 수많은 조세감면정책, 사회적 일자리창출 등이 그 예이다. 더욱이 내년부터는 법인세와 소득세도 각각 2%포인트와 1%포인트씩 인하할 것이다. 그러면 반시장적이거나 분배중심적인 경제정책도 별로 쓰지 않고 지속적인 경기부양책을 썼음에도 불구하고 서민중산층을 포함한 모든 국민들이 힘들어하는 경제난국이 계속되고 있는데 그 이유는 과연 무엇인가. 더욱이 지난 1년 동안 세계경제는 근래 보기 드문 호황이었고 우리 경쟁상대국들은 모두 우리보다 훨씬 높은 경제성장률을 기록하고 있는데 말이다. 그리고 묻건대 과연 대통령 주변의 경제전문가들이 앞으로 이 경제난국을 타개할 경제정책 수단을 내놓을 수 있을 것인가. 필자를 포함한 대부분의 경제학자들은 그것이 불가능하다고 생각한다.왜냐하면 현재 경제난국의 근본 원인은 기업들의 투자부진에 있고 기업들의 투자부진의 원인은 정부가 기업들에 투자할 경제적 인센티브를 주지 않았기 때문이기보다는 정치·사회 분야에서의 정부정책에 대한 불신에 있기 때문이다. 지금 같은 경제난국 하에 모든 국민을 끌어안고 다독거리기 보다는 다수 국민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수도이전,과거사 청산,국보법 폐지와 같은 진보적 개혁을 밀어붙임으로써 국민들의 편을 가르고 국론분열을 조장하는 행태가 기업이나 국민들을 불안하게 하는 것이다. 따라서 재경부장관을 비롯한 대통령 주변의 경제전문가들은 이제 대통령에게 솔직하게 이야기해야 한다. 정치·사회분야에서 정권이 불안을 조성하는 한, 경제가 망가지더라도 진보적 개혁을 반드시 완수해야겠다고 하는 한, 우리로서는 더 이상 경제를 살릴 방법이 없다고.아무리 경기부양책을 쓰고 기업에 투자와 고용을 위한 인센티브를 주어도 소용없다고.그러니 이제는 제발 정치·사회분야에서 지나친 국론분열을 조장하지 말고 국민들이 정권을 신뢰하고 의지할 수 있도록 해 달라고 직언을 해야 한다. 수도이전, 국보법 폐지, 과거사 청산을 하더라도 결연한 표정으로 혁명하듯이 하지말고 야당과 의논하고 국민의사를 물어 국론통합적인 방법으로 하라고. 대통령 주변의 한 핵심인사는 참여정부는 구름에 가린 달 같아서 앞으로 구름이 걷히면 환한 달이 나타날 것이라고 했다.그러나 정부가 앞장서서 구름을 만들고 있음을 모르는가. 이제 대통령으로 하여금 탄핵부결 직후 '나의 임기 동안 매년 6%의 경제성장을 달성할 자신이 있다'고 호언장담하도록 대통령을 오도한 주변의 경제전문가들은 책임을 져야 할 때가 됐다. 무엇보다 대통령 주변의 경제전문가들이 대통령에게 직언할 용기와 자신이 없으면 이제 그만 물러나는 게 바람직할 것이다. 대의민주주의 국가에서 모든 경제정책은 정치에 의해 좌지우지되고 정치적으로 결정된다. 경제부처가 좋은 정책을 내놓더라도 국회가 통과시키지 않으면 그 뿐이다. 그 만큼 경제와 정치는 불가분의 관계에 있다. 진보적 개혁입법으로 정치가 불안하고 그 어떤 분배적 경제정책보다 더 분배지향적인 수도이전 같은 정책을 힘으로 밀어붙이는 한 어떤 시장경제원리도 작동하지 않을 것이고 우리 경제는 오랫동안 침체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이다. /한국재정·공공경제학회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