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지역 재건축단지에서 두드러졌던 집값 하락세가 비(非)강남권의 일반 아파트까지 확산되는 양상이다. 내년부터 다주택자에게 양도소득세를 중과세하기 때문에 세금에 부담을 느낀 다주택 보유자들이 수익성이 낮은 비강남권 주택을 먼저 처분하고 있는 데 따른 것이라는 분석이다. 전문가들은 서울 전역의 집값 동반 하락 현상이 갈수록 두드러져 본격적인 조정국면에 접어들 것으로 보고 있다. ◆비강남권 일반 아파트도 가격 조정 조짐 14일 업계에 따르면 7,8월 여름 비수기에도 시세 변동이 거의 없었던 비강남권의 일반 아파트값이 최근 들어 조정을 받고 있다. 낙폭은 그리 크지 않지만 그 동안 찾아볼 수 없던 급매물이 부쩍 늘었다. 금천구 독산동 주공14단지 15평형의 경우 7,8월에도 시세 하락 없이 8천만원 안팎에서 거래됐지만 지금은 7천만원대 급매물이 나오고 있다. 성북구 상월곡동 우남아파트도 올 들어 가격이 전혀 떨어지지 않았지만 9월 이후 급매물이 나오면서 가격이 일부 조정됐다. ◆가격 조정 본격화하나 그 동안 집값 하락기에도 강남권을 제외한 아파트의 시세는 거의 변동이 없었다. 하지만 앞으로는 사정이 달라질 것이라는 의견이 힘을 얻고 있다. 지금까지 정부의 집값 억제 정책이 주로 강남권에 집중됐다면 양도세 중과 방침은 강남과 비강남을 가리지 않고 오히려 수익성이 떨어지는 비강남 아파트에 더 큰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양도세 중과를 피하기 위해 내놓는 매물이 그리 많은 물량은 아니더라도 시장이 얼어붙은 상황에서 '꼭 팔아야 하는' 급매물이 등장하기 시작하면 정상적인 매매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부동산퍼스트 곽창석 이사는 "지금 팔더라도 양도세가 실거래가로 부과돼 부담이 큰 강남 아파트를 계속 보유하는 대신 수도권 및 비강남권 아파트를 먼저 내놓을 가능성이 크다"며 "집값 하락세가 서울 전역으로 확산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유니에셋 김광석 팀장도 "내년 부동산시장 전망이 밝지 않은 데다 세금 증가까지 예상됨에 따라 연내에 주택을 처분하려는 움직임이 본격화하면서 집값이 더 떨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조재길 기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