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낮 12시 주한미국대사 관저 '하비브(Habib) 하우스'.크리스토퍼 힐 주한미대사의 사저인 이 곳 안마당에서 다임러크라이슬러코리아의 신차발표회가 열렸다. 이날 행사는 외교 행사가 아닌 자국 기업의 상업적인 프로모션을 위해 대사의 사저를 선선히 내줬다는 점 하나만으로도 큰 관심을 끌었다. 테러위협으로 주요 미국관련 시설에 보안경계령이 떨어진 가운데 1백명이 넘는 취재진과 일반인들에게 대사 사저를 공개한 것도 이례적인 일이다. 게다가 이날 행사에는 윌리엄 오벌린 주한미상공회의소(AMCHAM) 회장 등 미국 기업인들도 대거 참석해 축사를 하며 자국 자동차의 우수성을 거듭 강조했다. 다임러크라이슬러코리아가 일반 호텔이 아닌 자국 대사의 사저를 신차의 홍보장소로 활용할 수 있었던 것은 순전히 힐 대사의 '기업 마인드' 덕분이라고 볼수 있다. 웨인 첨리 다임러크라이슬러코리아 사장이 한 모임에서 조만간 신차 발표회가 있다며 참석을 권유하자 그 자리에서 "대사 관저를 쓰면 어때요"라고흔쾌히 제의했다는 것. 하비브 하우스는 지난 1880년대 조선왕실이 외국인에게 매각한 최초의 부동산으로 서울의 각국 대사관저 가운데 유일하게 한국 고유의 모습을 유지하고 있는 곳이다. 덕분에 가장 한국적인 정취가 남아있는 곳을 이용할 수 있게 된 크라이슬러로서는 홍보효과를 극대화시킬 수 있었던 것은 물론 1억원에 가까운 행사비용의 상당부분도 아낄 수 있었다. 뿐만 아니라 힐 대사는 이날 오전 갑작스레 잡힌 청와대 행사를 마치자마자 부랴부랴 대사관저로 돌아와 취재진에게 크라이슬러의 홍보를 위해 마이크를 잡았다. 사진기자들을 위해 신차 옆에서 포즈를 취하고 행사가 끝난 뒤에도 기자들과 일대일로 만나 자국 자동차의 우수성을 설명하는데 한 시간 이상을 할애했다. 이날 하루 크라이슬러의 'PR맨'이 된 힐 대사는 "대사가 본국 기업의 활동을 지원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것 아니냐"며 활짝 웃는 얼굴로 기자에게 한 대 살 것을 권유했다. 이심기 산업부 기자 s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