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인수·합병(M&A) 등에 투자할 토종 자본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는 사모펀드(사모투자전문회사)에 개인의 출자금액 하한선이 20억원으로 정해져 개인투자자들의 참여가 쉽지 않을 전망이다. 또 각종 규제로 출범 초기엔 민간주도보다는 주로 산업 기업 등 국책은행들이 사모펀드 모집에 나설 전망이어서 '관모(官募)펀드'라는 지적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재정경제부가 14일 내놓은 간접투자자산운용업법 시행령 개정안은 사모펀드의 모집방법 출자한도 투자행태 등을 일일이 규정하고 있다. 사모펀드에 대해 규제가 거의 없는 미국 등 선진국과는 큰 차이가 있다. 재경부는 사모펀드 도입 초기단계인 만큼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국내에선 규제가 불가피하다는 설명이다. 재경부는 우선 사모펀드에 참여하는 투자자 자격을 제한키로 했다. 출자금액을 개인 20억원 이상으로 못박은 것이 그렇다. 일반 개인투자자들이 참여할 수 있는여지를 크게 좁힌 것이다. 특히 펀드에 참여하는 사람이나 법인 수를 50인으로 제한해 개인들이 소액을 모아 20억원을 만든 뒤 참여하는 것도 어렵게 했다. 최상목 재경부 증권제도과장은 "사모펀드는 주로 금융회사나 연기금 등 기관투자가들을 대상으로 도입하는 것이기 때문에 개인의 참여를 배제한 게 사실"이라며 "개인 참여를 대폭 허용할 경우 무분별한 사모펀드 투자로 피해자가 생겨 사회문제화되는 것도 감안했다"고 말했다. 개인들의 투자는 대폭 제한한 반면 연기금 은행 등 이른바 '적격 투자자'는 사모펀드 구성원 수의 제한을 받지 않도록 해 적극적인 참여를 유도키로 했다. 이에 따라 처음엔 국책은행 등이 주도하는 '관모 펀드'가 주로 나올 것이란 예상이다. 차입한도나 은행 투자 등에 대한 규제 때문에 민간기업이 사모펀드에 적극 나설 것 같지는 않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이헌재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도 지난 12일 국정감사에서 "당분간 민간주도 사모펀드는 기대하기 힘들지만 산업은행이나 기업은행 우리은행 등 금융기관이 주도하는 사모펀드가 나올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특히 관심을 모으고 있는 우리금융지주사의 민영화 때 참여할 수 있는 사모펀드엔 일반 기업 등 산업자본의 출자가 사실상 제한돼 있어 문제로 지적된다. 사모펀드도 은행법의 적용을 받도록 해 산업자본이 10%이상 출자한 사모펀드의 경우 은행 소유지분중 4% 초과분은 의결권을 인정하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정부의 우리금융 지분매각 땐 은행과 연기금 등이 출자한 사모펀드 정도나 참여할 수 있어 진정한 민영화냐는 논란이 일 수도 있다. 차병석 기자 chab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