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들 박승 한국은행 총재를 낙관론자라고 부른다. 특히 경제 현안에 대한 표현이 직설적인 데다 다변(多辯)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가끔은 언론의 질타를 받기도 한다. 지난 13일 열린 한국은행에 대한 국회 재정경제위원회의 국정감사에서도 화두는 단연 박 총재의 발언이었다. 먼저 김양수 한나라당 의원이 "처신을 신중히 해달라"고 포문을 열었다. 김효석 민주당 의원도 매월 달라진 박 총재의 발언을 비교하며 이를 질타,"송구스럽다"는 답변을 얻어냈다. 그러나 이 정도로는 부족했는지 박영선 열린우리당 의원이 바통을 이었다. 박 의원은 "스스로의 발언이 시장으로부터 신뢰를 받고 있다고 생각하느냐"고 질문한 뒤 "박 총재의 메시지를 관리할 수 있는 태스크포스를 만들어야 한다"는 아이디어(?)까지 내놨다. 한마디로 '박 총재는 사고 칠 가능성이 있으니 이를 관리하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는 뉘앙스로 들릴 수 있는 말이었다. 이를 듣고 있던 한은 임직원들의 표정에는 한결같이 씁쓸함이 스쳐갔다. 한은의 한 직원은 "(의원들이) 모두들 한은 총재는 존경받고 시장의 신뢰를 얻어야 한다고 말하면서 총재에 대해 저렇게까지 표현하면 어떻게 하느냐"고 불쾌해했다. 이어 우제창 열린우리당 의원의 발언은 더욱 가관이었다. 우 의원은 "과거 중국쇼크가 한국경제에 장기적으로 호재가 될 수 있다고 한 발언은 총재로서 위험한 발언이었다"고 지적했다. 박 총재의 발언 당시 중국쇼크는 한국 경제의 핵심현안 중 하나였고 박 총재가 이에 대한 견해를 피력한 것 뿐이었다. 이런 것조차 시비를 건다면 중앙은행 총재는 과연 무슨 말을 할 수 있을까 싶다. 이날 국감에서는 과거와 같은 윽박지르기식의 구태가 사라지고 통계와 통화정책에 대한 건전한 대안도 나온 것은 변화라면 변화였다. 하지만 한은 총재의 발언과 같은 문제에 그 많은 의원들이 그 정도의 시간을 투자하는 걸 보면 이들이 국감을 치를 만한 준비를 제대로 한 것인지 의문이 남는다. 한은의 설립 목적(물가안정)을 의원들이 제대로 알고 있는지 궁금하다. 김용준 경제부 기자 juny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