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열린우리당이 고교등급제 본고사 기여입학제 등을 금지하는 3불(三不)원칙의 법제화를 추진키로 한 것은 매우 우려되는 일이다. 고교등급제 파문을 정리하기 위한 대책이라고는 하지만 대학과 학생의 하향평준화를 더욱 조장하고 교육혼란만 부채질할 가능성이 큰 까닭이다. 이번의 고교등급제 논란은 기본적으로 고교 내신의 변별력이 없는데서 생겨난 문제로 봐야 한다. 연세대 수시1학기 지원자의 경우 고교 전과목에서 모두 '수'만 받은 학생이 8백12명에 달해 모집정원(5백45명)보다도 많았다고 한다. 또 수강생 전원이 '수'를 받는가 하면 3백32명중 1등만 2백25명에 달한 경우도 있다고 하니 성적 부풀리기가 얼마나 만연해 있는지 한눈에 드러난다. 그런데도 이런 문제에 대한 뚜렷한 대책도 없이 3불원칙을 법제화한다면 대학이 무슨 수단으로 우수한 학생을 뽑으라는 것인지 알 수가 없다. 게다가 학교간 학력격차까지 엄연히 존재하는 상황에서 우수 학생을 뽑기 위한 대학측의 노력을 강남과 비강남, 가진 자와 못가진 자 사이의 지역간·계층간 갈등으로 몰아가며 하향평준화를 조장하는 것은 결코 온당치 못한 일이다. 노력이나 능력이나 실력에 큰 차이가 나는 학생들이 같은 대학에 들어갈 수 있게 만드는 것은 빗나간 평등주의일 뿐이다. 대학이 이런 식으로 햐향평준화 된다면 어떻게 고도로 정보화되고 전문화된 사회를 이끌어갈 인재를 육성할 수 있을 것이며 또 어떻게 국가경쟁력이 강화될 수 있겠는가. 학생을 뽑는 일은 전적으로 대학에 맡겨야 한다. 대학 스스로가 학생들의 능력을 평가하고,필요하다고 판단되는 인재를 선택할 수 있어야지 정부가 나서 감놔라 대추놔라 할 일이 절대 아니다. 교육부는 대학 고교 학부모 교육청 교원단체가 참여하는 협의체를 만들어 대입개선책을 찾겠다지만 3불원칙을 못박은 상황에서 과연 무슨 논의가 가능할지 의문이다. 정부는 과도한 개입 정책을 당장 중단하고 학생선발권을 대학에 되돌려줘야 마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