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방한한 세계 정상급 석학과 기업인들은 한국 경제가 5년 내에 핵심 경쟁력을 키우지 못하면 국가와 기업이 동반 몰락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경기 침체에 시달리고 있는 기업들의 고민도 따지고 보면 핵심 역량 부문의 유무형 기술 개발과 경영전략 설정의 어려움에 관한 것이다.


세계적인 기업전략 컨설턴트로 이름 높은 크리스 주크(Chris Zook)는 이 문제와 관련하여 다수의 기업들을 컨설팅한 풍부한 경험을 보유한 전문가다.


그에 따르면 지난 10년간 최악의 기업 부도 사태들 중 잘못된 경쟁력 설정과 그로 인한 경영실패가 주요 원인으로 작용하지 않은 케이스는 거의 없다고 한다.


그렇다면 진정한 핵심 사업이란 어떤 것이며,기업들이 각자의 상황에서 그것을 가늠할 수 있는 기준은 무엇인가? 또한 새로운 분야에서 성장의 물꼬를 터보려는 기업에 적용되는 보편적인 원칙이나 실행 노하우는 없는가?


전작 '핵심에 집중하라'에서 핵심 사업의 정의와 그 성공 공식을 찾는 데 주력했던 크리스 주크는 이번 책 '핵심을 확장하라'(신영욱 옮김,청림출판)에서 기업이 핵심을 넘어 신사업에 진출할 때 부딪히게 되는 문제들을 다룬다.


상식이나 직관,막연한 추측이 아니라 실제 앞서간 기업들의 시도를 통해 성공과 실패를 실증적으로 검증하는 것이 책의 장점이다.


책에 소개된 나이키와 P&G의 경우를 보자.두 기업 모두 핵심 사업에서의 강력한 역량을 바탕으로 인근 분야에 차례로 진출했다.


그 결과 새로운 엔진이 계속적으로 추가되면서 기업은 장기간에 걸쳐 놀라운 수준의 성장세를 유지할 수 있었으며 원래의 핵심 역량도 더욱 강화되었다.


나이키는 마이클 조던 같은 스타나 올림픽 메달리스트들을 동원하여 제품의 우수성을 홍보하는 강력한 마케팅 기법과 해외 아웃소싱을 통한 제품생산 전략을 축으로 자신만의 성공 공식을 개발했다.


그리고 이것을 육상 농구 배구 등의 분야에 차례로 적용시키며 각각의 분야를 공략해 나갔다.


이 반복 공식은 가장 진입하기 어렵다는 골프 분야에서도 유감없이 증명되었다.


타이거 우즈와 함께 그의 스폰서인 나이키의 골프용품 인지도도 급상승했으며,골프 사업의 백미라 할 수 있는 골프공과 골프클럽 분야에도 무리 없이 안착했다.


반면 3백여개의 알짜 브랜드를 거느린 거대 생활용품 기업 P&G의 방식은 조금 다르다.


개별 비누,샴푸 브랜드들이 슈퍼마켓의 진열대에서 각축을 벌이는 상황에서 한 신규 브랜드의 성공 여부는 기업에 엄청난 투자 손실이냐 매출이냐의 문제로 직결된다.


P&G는 이 분야 특유의 불안정성을 극복하고 지속적으로 가치를 창출하는 반복적인 패턴을 개발해냈다.


고객의 복잡미묘한 욕구를 정확히 잡아낼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한 다음 개별 브랜드에 반복적으로 적용하고 충분한 검증과 의견 수렴을 거쳐 시장에 내보낸 것이다.


이를 통해 P&G는 경쟁업체들보다 월등하게 안정적인 매출을 올리는 데 성공했다.


위 두 기업의 경우는 가장 성공적이면서도 모범적인 사례이지만 이들조차도 초기에는 시행착오를 거듭했다.


조만간 투자를 재개해야 할 우리의 기업들도 참고로 했으면 한다.


2백88쪽,1만5천원.


이성용 베인&컴퍼니코리아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