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근모 < 과학기술한림원 원장 > 지난 20세기를 분석과학시대(Age of Analytical Science)라고 특징지워 부른다면,21세기는 과학기술문화의 융합시대라고 불러야 할 것이다. 과학과 기술은 이미 합성되었고 여기에 문화가 융합됨으로써 새로운 차원의 현실과 생각의 세계,인간이 과거에 경험하지 못했던 새로운 세대에 접하게 됐다. 기초연구를 근간으로 한 과학기술의 완벽한 합성이 일어나고 여기에 인간의 인지기능이 연결되고 문화활동이 융합되며 삶의 공간과 사회의 기능이 확대되면서 우리는 진정한 과학기술문화의 융합시대에 진입한 것이다. 과학기술문화의 융합은 현실세계와 미디어세계,사이버세계에서 동시에 일어나기 때문에 인간의 활동영역은 과거 어느 때보다 넓고 역동적이며,가치창출 활동도 다양한 가능성 속에서 이루어질 것이고,개인지적기능,산업발전기능 및 사회운용 기능들이 새롭고 현란하게 그 특성들을 발휘할 것이다. 여기에 우리는 과거에 가졌던 협의의 엔지니어링을 넘어선 광의의 엔지니어링 즉,과학기술문화의 융합도구로서의 엔지니어링 활용을 촉구해야 한다. '엔지니어링의 날' 제정에 맞춰 엔지니어링분야에 몸담아온 과학기술자들은 그동안의 노력을 평가받아야 하며 과학기술문화의 융합도구로서의 엔지니어링에 대한 헌신을 약속해야 할 것이다. 과학기술문화의 융합시대에는 분야별 전문성뿐만 아니라 연관 분야와의 연계를 이룰 줄 아는 진정한 설계 기능을 중요시해야 한다. 엔지니어링은 설계를 통해 실체를 구현해낸다. 엔지니어링이야 말로 21세기 과학기술문화 융합시대의 꽃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엔지니어링은 아직도 익숙하지 못한 개념이다. 분석과학시대의 여운이 아직 가시지 않은 오늘날 엔지니어링을 단순한 과학 선도 기술문화 속에서의 제한적 도구로 인식해서는 안된다. 엔지니어들이 적극적이고 진취적으로 엔지니어링을 이해하고 그 기능을 확대해야 한다. '엔지니어링의 날'에 맞춰 우리나라 엔지니어링 기능의 확대와 발전을 기대해본다. 과학계,문화계,사회 전체가 엔지니어링에 대한 확대된 인식을 지니고 과학기술문화 융합 시대에서의 엔지니어링의 새로운 역할을 지지하고 후원해줘야 한다. 과학기술문화 융합사회에서는 인간의 지능과 기능 그리고 창조력과 혁신의지를 종합한 새로운 설계능력을 활용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학계나 산업계,언론,국가사회 지도자들이 힘을 합쳐야 한다.